이슈 다 묻혀버린 '코로나 총선'…'돈선거' 오명

입력 2020-04-15 17:44   수정 2020-04-16 04:54


4·15 총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선거였다.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지난 성과를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 성향을 갖는다는 속성도 ‘코로나 블랙홀’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정책 대결도 사라졌다. 양당 모두 국가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현금을 어느 당이 더 줄지 ‘퍼주기’ 경쟁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엔 결국 지지층 결집에 ‘올인’하는 읍소 전략에만 기댔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는 21대 총선을 석 달여 앞둔 지난 1월 20일 나왔다. 여야가 본격적인 새 인물과 정책 대결을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야당 심판론’과 미래통합당의 ‘정권 심판론’이 큰 흐름을 형성하지 못했다. 새 인물을 찾기 위한 노력도 사라졌다. 또 여당의 정책 공약은 집권 여당으로서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공와이파이 도입과 임대주택 확대 등 경제·복지 공약 상당수는 이미 정부가 추진 중이거나 19대 대선 공약에 나온 내용이었다. 통합당 역시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발표했지만 대중적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달 들어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이 총선 판을 뒤흔들었다. 여야 지도부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돈 선거’를 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돈 풀기가 ‘매표 행위’라고 했다가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며 퍼주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70%로 정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총선 뒤 전 가구에 지급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유세전은 ‘막말’ 논란으로 절정에 치달았다. 차명진 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는 지난 8일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광화문 텐트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끝에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 권유 조치를 받았다. 김대호 통합당 서울 관악갑 후보는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등 노인·청년층 비하성 발언을 해 제명됐다.

선거 막바지엔 범여권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범진보 180석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정권 심판’ 프레임을 내걸었던 통합당은 “섬뜩한 일을 막아야 한다”며 견제 심리에 호소했다. 민주당은 압승 프레임이 여론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자세를 바짝 낮췄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누가 국민 뜻을 안다고 말하냐”며 유 이사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유 이사장은 “제 말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선거가 임박하자 양당은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읍소에 나섰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10일부터 서울 종로 선거구를 돌면서 “도와달라”며 큰 절을 반복했다. 결국 ‘미워도 다시 한번’식의 읍소 전략에 치중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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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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