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최종 투표율이 1992년 치러진 제14대 총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유권자가 대폭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의 선거 상황을 전하고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오후 7시 기준 최종 총선 투표율이 65.2%라고 밝혔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치러진 총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역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은 1948년 제헌국회의 95.5%다. 이후 내림세를 타며 6대(1963년) 총선에서 72.1%로 떨어졌고 11대(1981년) 총선까지 70%대에 머물다가 신한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킨 12대(1985년) 총선 때 84.6%로 치솟았다.
13대 75.8%, 14대 71.9%, 15대 63.9%, 16대 57.2%, 17대 60.6%로 하향곡선을 그려온 총선 투표율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역대 최저인 46.1%로 떨어졌다가 19대 총선에선 54.2%, 2016년 20대 총선에서 58.0%로 소폭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의 높은 투표율은 사전투표율이 견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0~11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2014년 지방선거 이래 역대 최고치인 26.69%를 기록했다. 20대 총선의 사전투표율(12.19%)보다 14.5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시작한 21대 총선 투표는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4330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러진 탓에 유권자들은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투표소 입구에서는 비접촉식 체온계로 발열체크가 이뤄졌으며 손 소독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일부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난동을 부리기도 했지만 큰 사고 없이 평화롭게 투표가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한 정치전문가는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에 제약을 받던 시민들이 합법적인 외출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사전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유권자가 많아 여야 양 진영은 물론 무당층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최초로 만 18세에게 투표권이 생긴 영향에다가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까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2014년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도 안착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펼쳐진 한국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홈페이지에 한국의 총선 소식을 주요 기사로 소개하며 "유권자들은 투표장 앞에서 1m씩 떨어져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다음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했다"며 "이후 체온을 측정해야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사전투표율이 26%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며 "감염 공포가 투표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에서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이래 가장 큰 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최근 "한국이 코로나19 대규모 발병국 중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른다"며 "선거가 전염병 확산을 초래하지 않고 무사히 치러진다면 미국 대선을 비롯한 다른 나라 선거에 하나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자가격리 중인 선거인은 오후 6시 전에 투표소에서 번호표를 받고 별도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6시 이후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하게 된다.
개표소는 전국 251곳에 마련됐으며 구·시·군별 차이는 있으나 오후 6시30분부터 개표가 시작될 전망이다. 첫 개표결과는 오후 8시께 확인될 것으로 선관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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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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