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각국의 공조와 협력으로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도 있지만 실물 위기는 생산과 소비의 감소, 기업의 파산, 대량실업으로 이어지고 다시 금융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심각하다. 실물, 특히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상태에서 산업생태계가 무너지면 거의 회복할 수 없다. 어느 국가든 제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고 국가경제나 고용에서의 비중, 정치적 영향력이 크므로 향후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왔다. 2007년 세계 중간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8.2%에 불과했는데 2017년엔 12.3%를 차지해 미국 9.3%, 독일 8.5%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확대, 4차 산업혁명 기술 발달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지역화되고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각국은 관세율 조정, 비관세장벽 조치 등의 방법으로 자국 중심의 무역구조 재편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또 첨단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은 생산비용 등을 하락시킴으로써 기존 글로벌 공급망을 약화시켜 왔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과 세계 경제침체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는 것을 의미했고, 한 달 전만 해도 미·중 대결에서 미국이 완승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미·중 간 경쟁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아마도 코로나19 이후 미국, 중국, 한국, 독일, 일본 등 기존 제조업 강국 간 공급망 주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 체제에 편승하면서 세계 12위권 경제로 발전했다. 그런데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후퇴하고 자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가 확산되면서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중국에 의존한 글로벌 공급망을 분산시켜 우리 나름의 제조업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품 소재를 국내 개발하거나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중국, 동남아 등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되돌리게 해야 한다. 공장 이전이 어렵다면 핵심기술은 국내에서 잡고 있어야 한다.
둘째, 제조공정의 스마트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 제조보다는 제품기획, 엔지니어링, 물류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의 생산방식은 ‘재고 최소화’(just in time)에서 ‘재고 확보’(just in case)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규제를 사후규제와 네거티브 규제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최저임금제, 탄력 근로시간제의 유연화 등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번 위기와 관계없이 세계는 이미 기존 패러다임이 파괴되고 네트워크 사회가 가속화하고 있어 공급 및 소비 변화에 신속히 적응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전통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기술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의료시스템과 진단키트 등 의료장비의 우수성으로 한국과 한국 기업의 위상과 이미지가 상승하고 있고 원격의료 등 신사업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재정·통화를 쏟아붓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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