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는 끝났다…이제 경제 회생에 올인하자

입력 2020-04-15 18:21   수정 2020-04-16 01: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끝났다.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기표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65%를 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제 여야는 총선 승패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발등의 불’을 끄는 데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올해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글로벌 경제위기 때인 2009년(-1.7%)보다 낮은 -3.0%로 예상했고,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2.2%에서 -1.2%로 대폭 낮췄다. 이게 현실화하면 경제 대재앙이 닥치는 셈이다.

코로나 쇼크로 인한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충격은 당장 2분기(4~6월)에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주력 기업의 실적이 추락하고, 신용위험이 가중돼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선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일시적 신용경색과 돈가뭄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대비체계를 마련하고, 신속·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대량 실업사태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처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하는 곳이 국회다. 여야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가 총선 직전 건의한 기업 신용대출 확대, 기업인 기(氣) 살리는 법인세 인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위한 ‘원샷법(기업활력 제고 특별법)’ 적용대상 확대 등을 제발 한 귀로 듣고 흘리지 말길 바란다. 경제활력을 죽이는 친(親)노조 노동관계법과 기업 규제법 등을 개선해 우리 경제의 ‘기저질환’을 치유하는 데도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정부가 수십조원의 지원금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이 보증을 받지 못해 밤새 줄을 서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현장 지원시스템을 감시하는 것도 정치권이 해야 할 몫이다.

이런 숙제들을 풀려면 여야가 선거과정에서 내걸었던 무차별적인 현금 퍼붓기 공약은 접는 것이 좋겠다. 당장의 기업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데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빠듯한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경기진작 효과가 불분명한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현금 살포에 돈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긴급지원금은 말 그대로 코로나 사태로 실제 재난에 처한 소상공인과 서민 등 피해·취약계층에 선별 집행하는 것이 취지에 맞고 효과도 크다. 이런 점은 여야가 유권자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공약 불이행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면 납득 못 할 국민은 없다고 본다.

총선 당선자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심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당선자들이다. 국민의 염원은 코로나 위기를 서둘러 극복하고, 경제를 활성화해 민생을 안정시켜 달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유권자들이 감염 우려에도 투표소에 긴 줄을 선 것은 정치권이 민의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무언의 명령이었다. 국민의 명령을 소홀히 받들면 엄중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여야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대전환기에 21대 국회의 소명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숙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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