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쏘나타보다 덩치 크지만 배기량에 묶여
현대자동차가 신형 아반떼를 내놓으며 1.6ℓ LPi를 내놓자 택시 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크기와 출력 면에서 이미 과거 중형 세단을 압도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배기량 1.6ℓ 미만은 택시로 사용될 때 일반 중형 세단 요금을 받을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에 유리한 교통수단이 등장했음에도 낡은 배기량 규제에 묶여 선택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새로 나온 아반떼의 길이는 4,650㎜에 너비도 1,825㎜에 이른다. 특히 실내 거주성을 나타내는 휠베이스는 2,720㎜로 과거 택시로 많이 활용됐던 현대차 뉴EF쏘나타의 2,700㎜보다 길다. 최고출력 또한 최고 120마력에 달해 배기량 1,997㏄로 137마력을 발휘했던 뉴EF쏘나타 대비 부족하지 않은 셈이다. 반면 효율은 복합 기준으로 아반떼 1.6ℓ LPI가 10.6㎞에 달해 현재 많이 운행되는 YF쏘나타의 9.3㎞에 비해서도 1.3㎞나 앞선다. 따라서 이용자도 공간 부족이 없고 사업자는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반떼 1.6ℓ를 택시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아반떼 택시가 어려운 이유는 아반떼가 자동차관리법과 달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중형으로 인정받기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택시 요금은 국토부의 택시 분류 기준에 따라 크기와 배기량별로 자치단체가 정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가 소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택시는 '승용자동차'로 규정된다. 여기서 '승용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 1항에 언급된 '10인 이하를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자동차'를 의미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승용자동차'를 크기와 배기량에 따라 경형(1,000㏄ 미만), 소형(배기량 1,600㏄ 미만), 중형(1,600㏄ 이상 2,000㏄ 미만), 대형(배기량 2,000㏄ 이상) 등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자동차관리법에 구분된 승용차를 택시로 활용할 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9조에 명시된 구분을 따르게 된다.
아반떼의 경우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형으로 분류된다. 중형 기준이 '배기량이 1,600㏄ 이상 2,000㏄ 미만이거나 길이·너비·높이 중 어느 하나라도 소형을 초과하는 것'으로 돼있어 너비가 소형을 초과하는 아반떼는 중형으로 구분되는 것. 하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서는 중형을 '배기량 1,600㏄ 이상의 승용차 또는 길이 4.7m 초과이면서 너비 1.7m를 초과하는 승용차'로 규정하고 있다. 아반떼의 경우 너비는 1.7m를 초과하지만 길이가 4.7m에 미달해 해당 규칙상으로는 중형이 아닌 소형 택시가 된다.
이처럼 나눠진 택시의 요금 부과는 국토부가 훈령인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 요율 등 조정요령>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규정 제4조 <운임 효율의 결정 조정원칙> 5항에 따르면 "소형택시, 중형택시, 대형택시, 모범택시 및 고급택시는 각 기능 및 서비스 수준에 따라 운임 요율 수준에 적정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는 택시 배기량에 따라 요금 차이를 둘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현재 국토부 훈령에 따라 배기량 2,000㏄ 미만 중형택시는 2㎞의 기본요금으로 3,800원을 책정하고 있다. 반면 대형 승용 및 모범은 3㎞를 기본요금 구간으로 설정하고 6,500원을 받도록 했다. 이밖에 카카오블랙, 우버블랙, 리모블랙, 타다 프리미엄 등의 고급택시는 해당 기업이 정한 요금 기준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 과거 배기량 1.6ℓ 소형 택시 사업자도 있었지만 현재는 사라져 소형택시 요금은 규정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반떼 1.6ℓ LPI 등장은 택시 차종의 다변화를 이끌 수 있어 관심도 높다. 이미 크기 등을 고려할 때 운전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택시가 작다는 느낌은 없어서다. 오히려 택시사업자로선 차종 구입에 따른 원가절감과 에너지 비용 감소로 연결될 수 있어 중형 요금을 원하는 목소리가 팽배해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새로 나온 아반떼 LPI 크기가 예전 쏘나타와 다르지 않은데 배기량 작다고 요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규정 자체가 참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배기량 때문에 요금을 소형차로 받는다면 제아무리 고효율 큰 덩치의 LPG차가 나와도 택시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금에 대한 부분은 국토교통부와 자치단체 간의 갈등이 적지 않아 해결이 쉽지 않다. 자치단체는 국토부가 요금 차등화를 규정한 훈령을 개정해야 하는 입장인 반면 국토부는 훈령에 유류비 등 운송원가가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2년마다 의무적으로 요금의 조정 여부를 (자치단체가) 검토하도록 돼 있어 자치단체가 요금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다.
이처럼 양측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연료 및 차종의 택시 도입은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 하에선 현대차가 쏘나타 2.0ℓ LPG 엔진을 줄여 효율 좋은 1.6ℓ 터보로 바꾼다 해도 요금 때문에 택시로 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없었지만 이제는 덩치 큰 1.6ℓ LPI가 생겨난 만큼 국토부 훈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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