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5일 이후 연일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반면 코스피200지수 선물시장에선 이달 초부터 이날까지 2조26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3월 상순에는 코스피200 선물 52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같은 달 하순에는 1조3275억원어치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어 4월 들어서는 순매수 규모를 더 늘린 것이다.
투자자들은 보통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을 때 선물을 매수한다. 일부 투자자가 외국인의 코스피200지수 선물 매수를 향후 주가 상승을 암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이 이 같은 거래를 하는 이유는 최근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격이 싼 선물을 사고, 상대적으로 비싼 현물은 팔아 차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백워데이션의 반대인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비싼 것)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올 들어 2월까지 40거래일 가운데 34거래일이 콘탱고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지수가 폭락한 뒤로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졌다. 지난달 초부터 14일까지 총 32거래일 가운데 26거래일에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게 백워데이션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현물시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증시의 비정상적 상승세를 잡아주지 못했고, 그 결과 선물 가격을 추월한 것”이라며 “백워데이션 현상이 지속되면 다른 시장 참가자에게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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