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파는 외국인, 코스피200선물 쓸어담는 까닭?

입력 2020-04-16 17:26   수정 2020-04-17 02:15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코스피200지수 선물시장에서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의 미래를 낙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지만, 현·선물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단순 차익거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5일 이후 연일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반면 코스피200지수 선물시장에선 이달 초부터 이날까지 2조26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3월 상순에는 코스피200 선물 52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같은 달 하순에는 1조3275억원어치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어 4월 들어서는 순매수 규모를 더 늘린 것이다.

투자자들은 보통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을 때 선물을 매수한다. 일부 투자자가 외국인의 코스피200지수 선물 매수를 향후 주가 상승을 암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이 이 같은 거래를 하는 이유는 최근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격이 싼 선물을 사고, 상대적으로 비싼 현물은 팔아 차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백워데이션의 반대인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비싼 것)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올 들어 2월까지 40거래일 가운데 34거래일이 콘탱고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지수가 폭락한 뒤로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졌다. 지난달 초부터 14일까지 총 32거래일 가운데 26거래일에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게 백워데이션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현물시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증시의 비정상적 상승세를 잡아주지 못했고, 그 결과 선물 가격을 추월한 것”이라며 “백워데이션 현상이 지속되면 다른 시장 참가자에게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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