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크게 패한 미래통합당이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졌다. 황교안 대표가 총선 패배 직후 사퇴한데다 당 지도부급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했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어수선한 당내 상황을 수습하기까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재건 과정에서 파열음이 나올 경우 보수 야권의 ‘재분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초토화된 통합당 지도부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던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솔직히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선거의 가장 큰 패인이 통합당의 쇄신 부족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까지 합쳐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전날 황 대표가 “책임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사퇴하면서 통합당 지도부는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됐다. 당 대표가 없을 때는 원내대표가 대행하지만 심재철 원내대표도 낙선했다. 통합당 지도부 11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조경태 최고위원(부산 사하을)이 유일하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총선 때는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면서 원유철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으며 당 재건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엔 당 지도부급 인사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7~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으로 세울 만한 인물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의원,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 등 통합당의 ‘얼굴’ 격인 인사들도 대거 낙선했기 때문이다. 총선을 지휘한 김 위원장이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들은 것도 없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이 갈린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전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불만을 가지는 의원들이 나올 수 있다.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주호영 의원은 “(김 위원장이) 당이 회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 김천에서 당선된 송언석 의원은 “지금 특정인을 거론하는 건 성급하다”며 “당을 추스르고 국민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분을 모셔와야 한다”고 했다.
무소속 4인방·유승민이 역할 할까
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나선 뒤 생환한 ‘거물급’ 인사들의 복당 시기도 주목된다.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이날 제일 먼저 복당을 신청했다. 홍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경남 거창·함양·산청·합천) 전 경남지사가 당이 혼란할 때 복당해 수습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6개월 전에 당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게 변수다.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한 만큼 복당 후 역할을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초 통합당 지도부는 무소속 출마자들의 ‘복당 불허’를 선언했지만 총선 패배로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이라 복당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권에 도전할 당내 다선 의원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황교안 리스크’가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만큼 정치 경험이 없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보단 당 내부에서 인물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선에 성공한 주 의원과 조경태, 정진석, 서병수 의원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일각에선 ‘개혁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 의원은 이날 “백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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