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산重·채권단, 코로나發 구조조정 모범규준 만들어 보라

입력 2020-04-16 18:06   수정 2020-04-17 00:17

두산중공업에 대한 자금지원 조건을 놓고 회사 측과 채권단이 협의 중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미 1조원 지원 의사를 밝힌 가운데, 두산의 자구안과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채권단은 추가 지원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지원 조건은 ‘코로나 쇼크’로 인한 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쌍용자동차를 비롯해 항공·관광·유통 등 여러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 이번 복합 위기는 다양한 위험이 동시다발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신속·정확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 필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원칙과 기준, 자금지원 조건이 두산중공업 한 기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두산과 채권단이 엄중한 상황에 맞는 구조조정의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금융당국도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자율 구조조정의 바람직한 선례가 나올 수 있게끔 분위기 조성과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미 위기국면에 성큼 들어선 만큼 큰 줄기의 원칙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자립의지와 생존가능성 평가가 대전제이겠지만, 확실한 자구노력과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 같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쪽에서는 대주주와 경영진, 임직원과 노동조합이 뼈를 깎는 자구안 이행에 예외없이 동참해야 한다.

과거 경험을 돌아보면 ‘총론에서는 동의·합의, 그러나 실행과 각론에서는 거부 또는 제각각’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식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외환위기 때 기아자동차 노사나 대우중공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가 정치권을 끌어들인 결과 어떤 일이 빚어졌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해운 구조조정’에서는 금융당국의 잘못된 개입도 문제를 남겼다. 연말까지 두산중공업이 갚아야 하는 돈만 4조원을 넘는다. 이 밖에도 빠른 지원을 바라는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제대로 된 원칙 수립 못지않게 이행도 중요하다. 그래야 기업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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