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경기 성남시 판교 지역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판교구청 예정 부지(사진) 매입을 추진한다. 땅값이 8000억원이 넘을 만큼 비싸지만 위치가 좋아 사무 공간이 부족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눈독을 들였던 부지다.
엔씨소프트는 자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판교구청 예정 부지(분당구 삼평동 641)의 매각 관련 사업의향서를 성남시청에 제출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그동안 카카오 등 판교의 다른 IT 기업들도 입찰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사업의향서 마감일인 이날까지 의향서를 낸 곳은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이 유일했다.
해당 부지의 감정평가액은 8094억원(㎡당 3148만원)이다. 2009년 판교 지역을 처음 개발했을 때 판교구청 부지로 조성한 땅이다. 판교가 ‘구’로 독립할 것을 대비했다는 얘기다. 분구 계획이 유야무야된 뒤 이 땅은 임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판교역 바로 옆이어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원이 많은 회사의 사옥이 들어서기 안성맞춤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을 포함한 세부 내용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판교 주차장 부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존 사옥의 사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직원 수가 3642명으로 2년 전(2684명)보다 30% 이상 늘었다. 판교미래에셋센터, 알파리움타워, 삼황하이펙스 등 본사 밖에서 일하는 직원만 800명이 넘는다. 모션캡처 스튜디오는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내줄 빌딩이 판교에 없어 수원 광교까지 움직였다.
앞서 성남시청은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해당 부지에 대한 공매에 나섰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 부지는 제조업의 연구시설, 벤처기업 집적시설, 문화산업진흥시설 등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성남시청은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의 사업의향서를 검토하고 입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다.
IT업계에서는 이 땅이 시장에 너무 늦게 나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의 개입 탓에 매각 절차가 지체됐다는 지적이다. 성남시가 부지 매각을 위해 삼평동 일대를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내용의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성남시의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몇 년 전부터 부지 매각안을 만지작거렸지만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들 반대가 심해 변경안 제출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매각 대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게 야당 주장이었다.
변경안 제출 후에도 갈등이 심했다. 시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일부 의원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일도 생겼다. 결국 지난해 7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변경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야당으로선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땅을 팔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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