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낙폭 과대…배당수익률 높아 매력"

입력 2020-04-19 15:28   수정 2020-04-19 15:30


개인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산을 알아서 굴려주는 증권사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 가입 고객은 171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로 늘었다. 랩어카운트 잔액 역시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릴 만큼 최근 폭락장에서 개인들이 삼성전자를 활발하게 사들이자 증권사들도 이런 수요에 맞춘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급락장 이후 가장 발빠르게 삼성전자와 금융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하나 고배당금융테크랩’을 출시했다. 이 상품 개발과 운용을 이끈 오성원 하나금투 랩운용실 이사(사진)는 “마음 편하게 투자하고 싶은 개인을 겨냥했다”며 “위험 대비 수익이 크고 변동성에 대한 부담이 작은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오 이사는 “이달 초 랩을 출시하자마자 2주 만에 150억원이 몰렸다”며 “개인투자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 랩 잔액은 121조1869억원(2월 기준)까지 두 달 새 4조원 넘게 불어나며 다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증시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늘어난 영향이다. 개별 종목과 채권 등에 직접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랩을 많이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 돈을 1 대 1 맞춤형으로 주식·채권·펀드 등 다양한 곳에 알아서 투자해주는 랩은 2010년대 초반 서울 강남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상품이다. 당시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열풍과 함께 이들 종목에 대거 투자하는 자문형 랩이 인기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차화정 주가가 하락하고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맴돌기 시작하면서 자문형 랩의 인기는 식었다.

올해 랩의 제2 전성기를 이끄는 키워드는 삼성전자다. 하나금투의 고배당금융테크랩에도 삼성전자(우선주 포함)가 4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등도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담는 랩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오 이사는 “가성비 좋은 투자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상품 포트폴리오도 이름처럼 간단 명쾌하다. 그는 “시장이 많이 빠졌을 때 무엇이 오를 것이냐를 고민하면서도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투자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지난달 4만25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누구든지 반등폭이 클 것이란 예상을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배당성향이 높은 대표 은행주를 60%가량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오 이사는 “은행주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지만 올 들어 3월 19일 저점까지 가장 많이 빠진 섹터가 은행”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돌아봤을 때 은행주는 가장 많이 빠졌다가 70% 이상 오르는 등 반등폭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은행주는 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아니지만 올해는 51%로 과도하게 빠졌다”며 “결국 실적은 회복될 것이고, 배당수익률도 5~8%대에 달하기 때문에 지금 가격은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운용전략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지표를 활용해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PBR 구간을 설정해 투자 시점을 포착, 우선주와 보통주의 비중을 조절하고, 금융주들은 코스피(KOSPI)의 PBR이 특정 수준 이하면 일정 기간 분할 매수해 장기 투자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최근 변동장세가 ‘W’자형에 가깝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이사는 “현재까지 코스피 추이가 생각보다 2008년과 많이 닮아 있다”며 “2008년 당시 저점 이후 1년 수익률이 75%, 2년 수익률은 104%에 달했던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급락 이후가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고배당금융테크랩의 1년 목표 수익률도 20~30% 정도로 예측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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