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분석하면 다음 네 가지로 나타난다. 해결할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critical thinking),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창의적인 시도를 하고(creativity), 구체적인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 관련 전문가와 소통하고(communication), 협업하여(collaboration) 문제를 해결한다. 교육학자들은 이 네 가지 역량을 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맥락의 문제(authentic problem)를 해결하는 탐구 활동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워보자
다음 사례는 학교 실험 수업에서 도출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학생들이 과학적 사고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금속 원소의 불꽃색은 물질의 고유한 성질 중 하나로, 대표적인 물질인 나트륨(Na) 불꽃색을 관찰했는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가 관찰됐다. 그림 1에서는 불꽃색이 예상대로 노란색으로 관찰되는데, 그림 2에서는 주황색으로 관찰된다.
문제: 주황색으로 관찰된 불꽃색은 나트륨 원소의 불꽃색이 아닌가?
많은 경우 학생들은 교과서에 제시된 ‘나트륨의 불꽃색은 노란색’이라는 내용을 근거로 주황색 불꽃색이 나트륨 원소의 불꽃색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 원인을 물었을 때 불순물의 영향일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이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주황색 불꽃색이 불순물의 영향인지 실험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학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간이 분광기를 사용해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된다. 주황색 불꽃색을 나타내는 물질이 불순물에 의한 것이라면 나트륨 노란색 불꽃색의 스펙트럼 패턴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를 가설로 정하고 탐구를 수행했다.
가설: 주황색 불꽃색을 나타내는 물질이 불순물에 의한 것이라면 나트륨 노란색 불꽃색의 스펙트럼 패턴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그림1 실험은 잘된 실험이고 그림2 실험은 잘못된 실험이라고 여길 때 어떤 학생이 그림1 실험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료봉과 불꽃이 만나는 위치보다 아래쪽에도 붉은색이 보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이 불꽃색은 나트륨 시료와는 무관하고 전체 불꽃색 관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분석이 타당함은 알코올램프만의 불꽃색이 붉은색으로 관찰되는 것을 보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부탄가스 토치 불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그림 3).
창의적 대안으로 가설을 검증해보자
대안으로 제시된 토치 불꽃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제시됐지만, 스펙트럼 관찰에서 영향이 없으므로 토치 불꽃으로 나트륨 원소의 불꽃색 관찰 실험을 수행하기로 했다. 토치 불꽃을 이용한 나트륨 불꽃색 실험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했고(그림 4), 간이 분광기를 이용해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측정한 여러 스펙트럼 중 대표적인 세 가지(그림 5)를 학생들에게 보여줬고, 학생들에게 ‘무엇이 관찰되는가’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①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이 보인다 ②선의 밝기 또는 두께가 다르다 ③선의 위치는 일정하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관찰된 사실이 무엇을 뜻하나’라고 물었고, 학생들은 역시 다양한 의견을 냈는데 문제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는 ①스펙트럼에 나타난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선의 위치가 같으므로 이 빛들의 파장은 같다 ②빛의 세기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어두우면 붉은색으로, 밝으면 노란색으로 보인다 등 두 의견으로 모아졌다.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해석을 이용해 위에 제시된 가설을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주황색 불꽃색도 노란색 불꽃색과 동일한 위치에 선스펙트럼이 나타난다는 것을 근거로 가설이 틀림을 증명했다. 즉, 불꽃색 실험에서 관찰된 주황색도 나트륨에 의한 불꽃색이고, 색이 노란색과 다르게 관찰되는 이유는 빛의 세기 때문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탐구 실험과정에서 학생들은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관찰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학적 사고를 했고, 이를 근거로 문제 상황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학 탐구 실험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키워진다.
√ 기억해주세요
과학자가 하는 일의 핵심은 자연을 탐구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일이다. 학생들이 푸는 문제지의 문제는 답지에 정답과 풀이가 있지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만드는 일에는 참고할 정답과 풀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의 옳고 그름은 정답을 참고해 판단할 수 없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타당한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해 판단하게 된다.
정대홍 <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