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활짝' SKB는 '울상'…넷플릭스 두고 엇갈린 희비

입력 2020-04-17 11:46   수정 2020-04-17 13:10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를 두고 국내 통신업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독점계약을 맺은 LG유플러스가 활짝 웃은 반면 망 이용료 갈등을 빚던 SK브로드밴드는 끝내 넷플릭스와의 소송전으로 치달았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 중순부터 IPTV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고 있다.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계약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올 하반기 계약이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 독점 공급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만큼 LG유플러스가 계약 연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IPTV 매출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가입자 증가세도 가팔랐다. 작년 한 해만 45만8000명(11.4%) 늘어 447만7000명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와 손잡고 콘텐츠를 강화한 것이 실적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회사 측은 "넷플릭스가 가입자 확보와 서비스 해지 방어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2030세대의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효과를 확인한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IPTV 매출 1조원 달성을 자신했다. 작년 8월 하현회 부회장은 "IPTV 연매출 1조원에 도전하겠다"면서 넷플릭스와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웃음꽃이 핀 LG유플러스와 달리 SK브로드밴드는 침통한 표정이다.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료 갈등이 끝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최근 SK브로드밴드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망 운영·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담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료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SK브로드밴드는 주로 폭증하는 넷플릭스 트래픽 대응을 위해 지난해 3차례, 올해 들어서만 4차례 해외망을 증설했다. 이를 근거로 망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대신 캐시서버(OCA)를 무상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영상 콘텐츠를 새벽시간대 캐시서버에 저장하면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LG유플러스, LG헬로, 딜라이브가 이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들 업체에 캐시서버 설치 비용만 부담할 뿐 별도 망 사용료를 내진 않는다.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 등의 협력 사례와 마찬가지로 수차례에 걸쳐 SK브로드밴드에 협력을 제안했다"며 "부득이 소송을 진행하게 됐지만 SK브로드밴드와 공동의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협력 방안도 지속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과 함께 유료방송시장 3강 체제를 형성한 KT는 망 이용료 공방에선 한발 물러나 있다. 통신3사 중 해외망 이용에 가장 여유가 있는 데다 향후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위해서도 분쟁에 나서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장악력을 고려하면 통신사가 '을'일 수밖에 없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분쟁에 다른 통신사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소송 제기로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번 분쟁에서 빠지게 됐다. 소송 결과에 따라 통신사들의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11월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상대로 망 이용료 협상과 관련해 방통위에 중재 신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이번 소송 제기로 SK브로드밴드가 신청한 재정 절차는 모두 중단됐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재정 절차 진행 중에 한쪽 당사자가 소를 제기한 경우 재정 절차를 중지하도록 돼 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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