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차→고성능카 이미지 변신…폭스바겐 'R 라인' 대거 출격

입력 2020-04-17 16:26   수정 2020-04-17 16:37



자동차 업계에서 이른바 독일 고급 브랜드 3사(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폭스바겐이 국민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성능차 투입을 대거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뺏긴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17일 외제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 폭스바겐 골프, 티구안, 아테온의 고성능 버전인 R모델 3종 테스트카가 잇따라 등장했다.

기존 차량 모델명 뒤에 붙은 'R'은 '레이싱(Racing)'의 첫 스펠링에서 따온 것으로서,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과 운전의 재미를 보급용 차량에도 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성능 브랜드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BMW의 'BMW M'이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의 'N' 모델이 있다.

골프 R은 외관 전면부 범퍼에 대형 공기흡입구가 적용됐으며 후면부 범퍼에는 4개의 원형 머플러와 대형 루프 스포일러(고속 주행 시 차체가 들리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가 특징이다. 낮아진 전고의 서스펜션과 대구경 휠, 파란색 브레이크 캘리퍼(앞바퀴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유압장치)가 적용돼 스포티한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또한 DSG 듀얼 클러치 자동 변속기와 4Motion 폭스바겐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 사양이다. 파워트레인의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골프보다 성능이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는 전망이다.

티구안 R은 티구안의 부분변경 모델을 기반으로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를 키워 웅장함을 담았다. 후면에는 골프 R의 배기장치와 동일하게 설계된 4개의 원형 머플러와 루프 스포일러가 적용되며 역시 파란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탑재됐다.

신형 티구안 R의 파워트레인은 4기통 2.0리터 TSI 엔진과 7단 DSG 듀얼 클러치 자동 변속기가 조합된다. 티구안 R의 최고출력은 최고출력 296마력의 티록 R 대비 소폭 강화될 예정이며 사륜구동 시스템 4Motion이 기본이다.



아테온 R의 전면은 면적을 확대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공격적인 디자인의 범퍼가 적용됐다. 범퍼 양쪽에는 공기흡입구를 추가해 브레이크 냉각 성능을 높였다. 후면에는 4개의 머플러와 스포일러가 장착됐으며 이 역시 R을 상징하는 파란색 대형 브레이크 캘리퍼가 추가됐다.

아테온 R은 4기통 2.0리터 TSI 엔진과 7단 DSG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330마력 이상을 발휘한다. 또한 아테온 R에 적용되는 4Motion 사륜구동 시스템은 전륜보다 후륜에 더 많은 동력이 전달한다.

투아렉 R도 주목해야 한다. 투아렉 R은 당초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취소되면서 폭스바겐의 '버추어 모터쇼'에서 전격 소개됐다.

폭스바겐은 특히 투아렉 R에 고성능 브랜드 최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투아렉 R에 최고 출력 340마력을 자아내는 V6 TSI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 출력 136마력의 100kW급 전기 모터를 조합해 시스템 합산 462마력과 71.4kg.m의 강력한 토크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압도적인 가속 성능은 물론이고 3.5톤에 이르는 견고한 견인력을 뽐낸다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여기에 14.1kWh급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의 힘으로 140km/h까지 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 범위의 주행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하이브리드 드라이빙 모드를 다양하게 마련해 효율성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조스트 카피토 폭스바겐 R 총괄은 지난달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SUV 중심으로 R 라인업 확장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소형 SUV인 티록부터 플래그십 제품군인 투아렉까지 세그먼트 전반에 걸쳐 고성능 트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개발에는 아우디 S 시리즈의 기술과 부품을 대거 공유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외제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었지만, 이는 가격 경쟁력에 의존한 것이어서 R 라인에 국내에 출시되면 폭스바겐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R 브랜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외관 디자인 차이만 보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스포츠 주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기술력을 선사하는 것"이라며 "국내 출시 시점과 가격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문제로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기 때문에 고성능 라인을 꾸려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미지를 쇄신하려 할 것"이라며 "벤츠 AMG나 BMW M처럼 가격을 할 수는 없을 거다. 틈새시장을 노린다면 흥행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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