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낙오자 없는 맞춤교육, AI로 구현해야죠"

입력 2020-04-27 17:37   수정 2020-04-28 00:25

“여전히 학교 수학 시간엔 절반 넘는 학생이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이해력이 다른데 수업은 획일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개인 맞춤형 학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학생별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아시아교육협회는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 혁신을 연구하고 학교 현장에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 13일 세워진 사단법인이다.

이 협회는 세계적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에 설립된 유엔 산하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의 아시아 지역 지부 역할을 맡는다. 이 이사장은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 등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 20여 명과 함께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 설립 당시부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교육의 패러다임이 획일화에서 다양화를 거쳐 ‘개별화’로 넘어가고 있다”며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진도를 나가는 한국 교육 시스템은 대다수 아이를 낙오시키는 19세기형 교육체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이터치(high touch)·하이테크(high tech)’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하이테크는 빅데이터, AI 등을 교육에 접목한 에듀테크를 말한다. 예컨대 A학생이 수학 1단원 진도에 대한 이해가 빠르면 AI가 심화문제를 제시하고 2단원으로 빠르게 진도를 넘어간다. 반면 이해가 늦으면 개념 이해 학습을 천천히 반복하고 진도도 천천히 나간다. 그는 “베트남에서 4개 학교를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한 결과 한 학기 동안 2년 분량의 교육 효과가 나타났다”며 “국내에서도 탈북민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이 같은 실험을 내달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AI 기반 맞춤형 학습이 이뤄지면 낙오하는 학생이 줄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교육은 일부 대학은 물론 국내 사교육 업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며 “공교육에서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에듀테크 금액을 지급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교육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이터치는 하이테크로 교과목 수업 부담이 줄어든 교사들이 전인적 교육과 프로젝트성 교육에 집중하는 교육 방식을 말한다. 그는 “기술이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교육을 도와주는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춤형 교육을 도입·확대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전국 학생과 교사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교육을 경험해봤다”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원격수업의 장점을 공교육에서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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