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과 디폴트 끊임없이 반복하는 아르헨티나의 비극

입력 2020-04-19 18:29   수정 2020-05-19 00:32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기로에 섰다.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이 약 700억달러에 이르는 채무 상환을 3년간 미루고, 이 중 415억달러를 삭감해 줄 것을 국제 채권단에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다. 20일 안에 수용 여부를 답하라고 되레 채권단을 압박했다고 한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우리는 사실상 디폴트 상태”라며 두 손을 들었다.

이로써 1955년 이후 아홉 번째 디폴트에 직면했다. 2018년 가까스로 IMF 구제금융 570억달러에 사인하며 위기를 넘기는가 했더니, 2년을 못 버텼다. 경제 반등은커녕 지난해 물가가 54% 급등한 판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자원부국이면서 곡물·육류 수출강국으로 세계 5대 경제대국이었던 나라가 아르헨티나였다. 한때 유럽인들이 꿈꾸는 ‘남미판 아메리칸 드림’의 무대였다. 그랬던 나라가 IMF 구제금융만 22회나 받고 경제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는 처지가 됐다.

아르헨티나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은 대중인기영합 정치와 선심정책, 즉 포퓰리즘의 폐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1946년 후안 페론 집권 이래 70여 년간 이 나라를 지배한 페론주의는 급격한 임금 인상, 복지제도 확대, 세금 인상 등으로 이어졌다. 인구가 4500만 명인데 공무원이 390만 명에 달한다. ‘선심정책→재정 고갈→ 통화량 및 국가부채 증가→인플레→경제위기’의 악순환이 끝 모르고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극은 국민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2015년 시장주의자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당선돼 긴축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려 했지만 이를 막아세운 것도 국민이었다. 2019년 대선에선 다시 페론주의 정부를 택했고 지금 또다시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포퓰리즘에 중독되면 어떤 미래가 열리는지 아르헨티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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