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의료장비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지난 1∼2월 중국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호장비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검증도 되지 않은 업체로부터 장당 6달러(7300원) 가까운 고가에 마스크를 사들여 의료용으로 공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내부 문건과 경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시기에 미국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독려로 마스크와 기타 의료장비를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일리노이주 당국자들은 개당 1달러 75센트(약 2000원)이었던 N95 마스크가 물량을 확보하려는 지역 간 경쟁으로 개당 12달러(약 1만4000원)까지 치솟았다고 호소했다. 또 국가전략비축량(SNS)의 N95 마스크 보유분 1300만개 중 90%가 이미 의료종사자들에게 지급된 상태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당시 점증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대비에 실패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위한 N95 마스크를 조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미국 연방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로부터 1억1000만 달러(1339억원) 상당의 마스크를 주문했다고 연방정부 조달계약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올해 5월 말까지 인도돼야 하는 총 2000만 장의 N95 마스크 가운데 적어도 80%는 그동안 한 번도 연방정부와 일을 해보지 않은 업체에서 주문했으며, 소규모 거래를 한 기업이라도 의료용 납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부 업체는 그나마 정한 납기를 놓쳤고, 더러는 모기업이 부도났거나 사업주가 여러 거래처와의 분쟁으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WSJ은 미국 정부가 이들 미검증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마스크 가격은 장당 거의 6달러에 육박해 정상적인 공급가의 6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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