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과 김종연 부단장은 코로나19 대구시 비상대응본부에서 권영진 시장에게 의학계 전문가로서 핵심 자문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민간에 위탁된 감염병관리지원단 업무 외에도 대구시 비상대응본부에서 중요 역할을 맡았다.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은 지난 2월 18일 이후 매일 밤 10시에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튿날 오전엔 대구시 브리핑에 참석해 사망자들의 현황과 환자의 건강 상태, 역학조사 진행 상황을 시민과 공유했다.
대구에 31번 확진자가 처음 생긴 이후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책을 내놓으며 사태를 조기에 안정시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신우 단장(경북대 의대 감염내과)은 코로나19 대응 초기 경북대병원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2주일간 자가격리됐다. 김 단장은 격리 중에도 감염병관리지원단 업무와 비상대응본부의 일을 집에서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입원을 못하고 자가에서 격리된 환자를 전화로 모니터링하는 기준이다. 확진자의 중증도를 파악해 위급한 환자를 가려내는 이 기준은 비대면 환자를 전화로 진료하는 세계 최초의 진단법이다. 환자의 나이, 기저질환 여부, 증상, 요양병원 같은 시설 입소 여부 등 네 가지를 기준으로 비대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자원봉사에 나선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 170명은 대구시에서 받은 발신 전용폰으로 환자들과 1 대 1 화상통화를 하면서 이 지표를 활용해 중증환자를 가려냈다. 환자들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상황에서 추가 희생자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단장이 정한 이 분류 기준(점수표)은 정부가 내놓은 환자 중증도 분류의 기초가 됐다. 해외 의료진도 이 조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김 단장은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온라인 전문 사이트인 대한의학회지(JKMS)에 논문을 발표했다.
김 단장은 요즘 제2의 대유행을 막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 단장은 “처음에는 모르고 있다가 당했지만 이제는 고위험군에 대한 모니터링 기법이 발전돼 1차 대유행처럼 확진자 수가 치솟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단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공공의료가 10%, 민간의료가 90%를 차지해 유사시 공공의료만으로는 지탱하기 어렵다”며 “이번에도 민간의료가 공공의료의 부족한 부분을 크게 메꿨다”며 “민간병원에 그에 맞는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의료를 무작정 키울 순 없다”며 “민간의료에 지분을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고 유사시 공공의료로의 전환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수도권 병원에 충분한 보상이 안 됐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대구 의료계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공공의료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자원의 효과적이고도 신속한 동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며 “유사시 피해와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세계가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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