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의 성도 하얼빈시가 '제2의 우한'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에 거주하던 중국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육로로 들어온 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아홉 명은 해외 유입 환자였고 네 명은 중국 내에서 발생한 환자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나온 신규 환자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하얼빈시에서 발생했다.
하얼빈에선 지난 9일 신규 확진자가 다시 나온 이후 이날까지 모두 3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환자 한 명이 열 명에게 전염시킨 사례도 보고됐다.
헤이룽장성에선 최근 국경도시 쑤이펀허를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로부터 들어오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는 4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쑤이펀허에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600병상 규모의 격리 병원이 새로 지어졌다. 지난주에만 의료장비를 실은 수송기 세 대가 우한에서 쑤이펀허로 향했다. 하얼빈 내 주요 병원과 중심가에도 다시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중국 공산당은 하얼빈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잇따르자 지역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문책했다. 헤이룽장성 기율검사위원회 등은 지난 17일 코로나19 재확산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하얼빈시 정부와 병원 간부·직원 18명을 문책했다. 천위안페이 하얼빈시 부시장은 정무적 과실 처분, 푸쑹빈 하얼빈 의과대 부학장은 공산당 내부 경고 및 정무적 과실 처분을 받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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