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원, 임금 20% 무기한 반납…롯데지주·쇼핑도 석달간 20% 덜 받아

입력 2020-04-20 17:56   수정 2020-04-21 01:23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 임원들이 급여의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임원 전원이 이달부터 급여 20%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기로 했다고 20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일부 급여 반납에 나선 것은 2016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당시엔 급여의 10%를 내놨다. 이번 급여 반납에 참여하는 임원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1200여 명에 달한다. 이달부터 시작해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 임원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급여를 삭감하기로 했다”며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종합상황실을 마련해 글로벌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2월에는 중국산 부품(와이어링 하니스)이 부족해 국내 공장과 중국 공장이 1~3주일씩 문을 닫았다. 이달부터는 유럽 및 미국 시장이 마비되면서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달 수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9.1%, 48.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속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임원도 많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19일 현대차 주식 13만9000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7만2552주를 매입한 게 계기가 됐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환경이 얼마나 나빠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임원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먼저 나섰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지주 임원들도 앞으로 3개월 동안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한다. 신 회장은 4~6월 급여를 50%, 나머지 임원 28명과 사외이사 5명은 20%를 내놓는다. 롯데쇼핑 임원들도 동참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유통산업이 휘청였고, 그 결과 회사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임원들은 지난달 급여 10% 이상을 들여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경제계에서는 임원들의 임금 반납이 다른 그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코로나19발(發) 위기는 국내 대부분 업종을 휩쓸고 있다”며 “다른 주요 기업들도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급여 반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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