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은 대학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 대부분은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져 있으며, 연구비 및 장학금 지원 축소, 강좌 수 감축 및 대형강좌로의 대체, 강사 수 감축, 교직원 수 동결, 임금동결,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등 예산 절감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의 질이 나아질 수 없다.
우리나라는 등록금에 정부 지원 예산까지 포함된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총교육비 지출로만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학교육비 비율은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보다 높다. 그러나 김영철 서강대 교수가 공저한 《도전에 직면한 한국 경제》 ‘고등교육의 재정위기’ 편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67%에 그쳐 34개 OECD 비교국가 중 27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이처럼 양적 지표는 높은데 질적 지표가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2018년 70%로 OECD 평균(44%)보다 월등히 높아 대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심지어 초·중·고 학생 1인당 교육비보다도 적다. 2003년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초등학생 1인당 교육비의 152%, 중·고등학생 1인당 교육비의 97%에 달했는데 2015년에는 각각 71%, 67%에 불과했다. 그 원인은 교육비 재원 조달 제도에 있다. 초·중·고 교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20.48%)이 자동 배정돼 2009~2017년 초·중·고 학생이 180만 명 감소하는 동안 예산은 두 배 증가했다. 반면 대학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은 법적 근거가 전무해 같은 기간 정부의 대학예산은 장학금을 제외하면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민이 체감하는 대학등록금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실제로 대학생 1인에게 투자되는 교육비는 낮다. 그 이유는 대학생 1인당 정부의 교육예산이 매우 적어 교육비 대부분을 국민이 부담하는 데 있다. 대다수 OECD 국가는 정부 재원에 기반한 국공립대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사립대가 많은 미국도 대학생의 70%가 지방정부 지원을 받는 주립대 학생이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대학제도를 갖췄지만 등록금 통제가 없고 전체 대학이 정부로부터 일부 경상비를 지원받고 있다. 즉, 비교 대상 국가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정부 지원이 강하기 때문에 교육에 투자되는 금액이 많고 개인 부담은 적다는 것이다.
대학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다음 대안들이 시급히 고려돼야 한다. 첫째,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해 초·중·고 및 대학 간 재정 체계를 조정해야 한다. 현재 기계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제도를 개혁해 학령인구 감소로 상대적으로 재원에 여유가 있는 초·중등교육 재원을 대학 지원으로 일부 배분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의 등록금 동결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 수준 이상으로 허용해야 한다. 정부 예산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 대학예산은 물가상승률조차도 보전되지 않고 있다.
셋째, 장기적으로 투트랙의 대학교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 예산을 늘려 국공립대학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사립대 등록금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 지금처럼 대학 교육의 질 저하를 방치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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