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에 적용되는 예대율 한도(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 비율)는 내년 6월까지 현행 100%에서 105%까지 5%포인트 높아진다. 이로써 은행이 71조6000억원을 더 대출해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위험가중자본을 덜 쌓아도 되는 ‘바젤Ⅲ 신용위험 산출법 개편안’도 당장 2분기부터 시행된다. 신용위험산출법이 바뀌면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 0.8%포인트 높아지고, 259조원의 대출 여력이 새로 생긴다는 추산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259조원을 대출해주기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은행 평균 BIS 비율이 올라가면서 생긴 자본여력을 12조5000억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레버리지 배율인 12.5배를 곱하고, 쌓아둬야 할 필요자본에 위험가중치를 나눈 대출여력을 총 259조원으로 계산했다.
이 대출여력을 실제 집행하려면 예대율 기준을 별도로 만족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59조원을 대출해주려면 예대율 105%를 기준으로 전 은행이 예금을 142조원가량 더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보릿고개’를 은행에서 받은 대출로 버티는 국내 기업과 가계가 100조원이 넘는 예금을 맡기는 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배율(자기자본 대비 보유자산 배율) 한도도 6배에서 8배로 높여줄 예정이다. 현재 전업카드사의 레버리지배율은 4.8배다. 6배까지 남아있는 1.2배에 규제를 풀면서 마련된 2배를 합한 3.2배(87조4000억원)만큼 대출 여력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지난해 총자산 32조9179억원의 두 배가 훌쩍 넘는 87조4000억원의 대출 여력을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수치’로 여기는 분위기다. 모든 자산이 대출로 투입된다고 가정해서 나온 숫자인 데다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을 전년 말 대비 7%로 제한하는 대출 총량규제는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은 시장 신뢰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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