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조합에 아파트 설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공사비에 반영한 건설사가 수사를 받는다. 총회 의결 없이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늘어나게 한 자금차입이나 계약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정비사업조합 합동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감정원과 변호사, 회계사 등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서울 주요 조합들의 운영실태를 현장점검한 결과다. 장위6구역과 면목3구역, 신당8구역, 잠실 미성·크로바, 신반포4지구, 삼성 상아2차, 한남3구역 등이 대상이다.
국토부는 이번 점검에서 시공사 입찰이나 조합 운영 등과 관련해 법령 위반 사항 16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8건은 수사를 의뢰하고 56건은 시정명령할 계획이다. 3건의 비용 환수와 85건의 행정지도 또한 진행될 예정이다.
시공사 입찰과 관련해선 조합에 무상으로 제안했던 사항을 유상으로 공급한 건설사가 적발됐다. 입찰제안서에 스프링클러와 발코니 이중창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썼지만 실제로는 공사비에 반영한 것이다. 국토부는 해당 건설사를 수사의뢰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조례 등으로 금지하고 있는 과도한 특화설계 제안 등은 시정명령한다. 지난해 한남3구역에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경쟁적인 특화설계 제안으로 입찰 자체가 무효로 돌아간 바 있다.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조합원들의 부담이 발생한 조합들에 대해서도 수사의뢰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용역업체나 감정평가사 등에게 자금을 차입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나 이자율, 상환 방법 등에 대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건이나 조합원 동의 없이 체결된 용역계약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다. 조합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해외출장을 다녀온 뒤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선 수단과 국외여비 등을 조합으로 환수조치한다.
이 밖에 총회 의사록 등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한 조합 임원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조합의 행정업무를 수행한 업체들도 수사를 받게 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올해 또한 시공사 입찰과 조합 운영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이재평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정비사업은 주거환경과 재산권이 밀접히 관련돼 있다”며 “불공정관행으로 인한 서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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