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주요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들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 공개(IPO) 절차를 준비하면서 상장 리츠의 증가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를 보다 매력적으로 여기게끔 만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DWS자산운용(구 도이치자산운용)은 21일 발표한 ‘한국에서의 상장 리츠의 성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최근 한국에서 대형 리츠들이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함으로써 상장 리츠들의 시가총액을 합한 금액이 2년 사이 20배 증가했으며 올해에도 대형 IPO가 잇달아 예정돼 있어 이 같은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DWS자산운용은 상장된 리츠의 규모와 숫자가 적었던 게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투자하는 걸 가로막았던 주요한 장애물이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전체 부동산 시장 규모는 이미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로 성장했고, 서울의 부동산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도쿄의 뒤를 잇는 2위에 해당한다.
이 같은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제 부동산 관련 지수에 편입된 한국 부동산 관련 기업과 리츠는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시장 규모가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한 태국과 터키를 비롯해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작은 30개 국가의 기업과 리츠의 주가가 국제 부동산 관련 지수에 편입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국내 리츠 시장의 성장이 더뎠다는 게 DWS자산운용의 지적이다. 한국 리츠 시장의 규모는 각각 일본과 홍콩의 1%와 5%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의 규모가 작은 것만큼이나 유통시설과 오피스 건물 등 상업용·업무용 부동산에만 투자가 편중된 것도 국내 리츠 시장의 약점으로 꼽혔다.
국내 리츠들이 투자한 상품 중에서 유통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68%, 오피스 건물의 비중은 30%에 달한다. 주거, 헬스케어, 산업,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 상품에 폭넓게 투자하고 있는 해외 리츠들과는 대조된다.
DWS자산운용은 최근 2년간 국내에서 여러 리츠들이 성공적으로 상장을 이뤄내고, 대형 리츠들이 잇달아 상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와 같은 약점들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2018~2019년 사이 NH프라임리츠, 롯데리츠,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랩(이랜드 리테일 리츠) 등이 잇달아 상장하면서 상장 리츠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예상 공모 금액만 4500억원에 달해 성사될 경우 역대 국내 최대 리츠 상장으로 기록될 JR리츠를 비롯해 코람코 에너지플러스리츠, 켄달스퀘어리츠, 신한서부T&D리츠 등 6개 가량의 대어들이 IPO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리츠의 전체 자산 운용규모는 51조5075억 원으로 2018년 말에 비해 17.3% 증가했다. 대형 리츠들의 연이은 상장은 이 같은 성장세에 가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DWS자산운용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은 상장 리츠가 늘어날수록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의 투명성과 양질의 투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수월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컨설팅사인 JLL이 조사한 한국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은 전체 조사 대상국 100개 국가 중 32위에 그친다. 자신들의 재무 상황과 자산 운용 내역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상장 리츠들이 늘어남으로써 국내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상품군별 투자 수익률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해외 투자자들도 더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상장 리츠가 늘어날수록 리츠 뮤추얼 펀드, 리츠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상장 리츠를 기반으로 한 투자 상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국내 리츠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리츠들의 주가가 국제 주요 부동산 관련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리츠가 늘어남으로써 이들 리츠의 투자 여력이 커지고, 보다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상장 리츠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의 자산 가치 역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DWS자산운용의 분석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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