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올 들어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이슈 중 하나는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 주주 활동이었습니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 도입이 확산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기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이전인 올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만 해도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이 바빴답니다. 공개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며 경영 전략이나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방위적으로 기업들의 사업·재무 상태가 악화한 데다 대면 질의 등이 쉽지 않아 올 2분기 들어선 잠잠한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유리자산운용의 올 1분기 주주 관여 활동 내역이 공개돼 눈길을 끕니다. 유리자산운용은 이 기간 효성첨단소재에 수익성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효성첨단소재는 2018년 효성의 산업자재 사업이 인적 분할돼 설립됐습니다. 최대주주인 효성과 특수관계자가 지분 44.4%를 갖고 있죠.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 보강재, 산업용 원사, 에어백 원단 등을 주로 생산합니다. 타이어 보강재가 전체 매출의 60% 안팎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타이어 보강재에서만 연간 1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분할 이후 사업 일부가 포함된 스판덱스의 수익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유리자산운용은 효성첨단소재에 수익성 개선을 요구했을까요. 일단 타이어 보강재를 제외한 에어백용 원사 등의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원재료와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변동성도 큽니다. 생산 효율성 개선이나 판매망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언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지는 미지수입니다.
여기에 분할 이후에도 투자자금이 계속 지출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이 1조70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분할하면서 당시 효성이 발행한 회사채 4300억원을 갖고 왔습니다. 해외 종속회사의 재무부담도 높은 편이고요. 지난해에는 세무조사 추징금 납부에 따른 순손실(-529억원) 발생으로 자본 규모가 줄었습니다. 부채비율은 524.3%까지 치솟았고요.
영업 환경도 불안합니다. 주력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이어 수요 부진도 예상되죠.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유형자산의 담보여력, 상장사로서 우수한 자본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 대처 능력은 우수하다"면서도 "차입금 부담이 과중하고 재무안정성 지표가 나쁜 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유리자산운용은 효성첨단소재 외에도 호텔신라에 업황 점검과 자사주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질의했습니다. 호텔·면세점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죠. 삼성그룹 계열 상장사인 호텔신라는 서울과 제주 시내, 인천국제공항 등에서 면세유통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제주에 특1급 호텔도 운영 중이고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 시장 수요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수요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지난 3월부터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방한 외국인과 내국인 출국자까지 크게 줄었고요. 호텔업 역시 내국인의 다중시설 기피, 방한 외래객 감소로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잦아든 후에도 영업실적 회복 속도와 폭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당분간 호텔신라의 차입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금융시장을 덮친 뒤 국내 '간판' 기업들은 앞다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환원 요구가 많았던 데다 주가를 방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LG상사, 포스코, 현대자동차, CJ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업이 갖고 있는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지난 1월만 해도 10만원대에서 움직이던 호텔신라 주가는 이달 들어 7만원대로 내려 낮은 상황입니다. 유리자산운용도 이런 복합적인 상황을 감안한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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