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학자 헤르만 하인리히 고센은 한 재화의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그 재화에 대한 한계효용이 계속 감소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이론화했다. 한계효용의 개념은 인간의 욕망과 합리적 소비를 설명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리고 이 개념은 확장되며 미시, 거시를 막론하고 경제학 전반에 기초가 되는 논리를 제공했다.
그중 하나가 사회복지 분야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소득 재분배의 기초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막대한 자산을 가진 부자와 적은 자산을 가진 서민이 있다면 돈에 대한 한계효용은 서민이 훨씬 높을 것이다. 똑같이 100만원을 받더라도 부자에게는 별 게 아닐 수 있지만 서민에게는 큰돈이 된다.
이 논리는 ‘선별적 복지’라는 주제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복지 분야에선 재산에 따라 차등적으로 복지 혜택을 줄 것이냐,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로 복지 혜택을 줄 것이냐 하는 논란이 지속돼 왔다. 선별적·보편적 복지 논쟁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복지를 시행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차등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론자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전체 효용을 늘리기 위해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효용성이 부족한 부자에게 가는 복지 혜택을 줄여 가난한 사람을 더 돕거나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더 우월한 전략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위 70%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할 것이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으로 나눠줄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여당이 뒤늦게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되 부자에게는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는 ‘이상한 절충’안을 내놨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코로나19로 겪는 고통은 차별적이다. 부자보다는 서민이 더 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지원금을 무차별적으로 나눠주는 것이 사회적 효용을 늘릴 수 있는 선택일까. 이에 대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조금이나마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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