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했던 네덜란드가 치매환자의 안락사 요건을 공식적으로 완화했다고 21일(현지시간) BBC방송이 보도했다. 치매환자의 과거 동의 문서를 근거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새 기준이 나온 것이다.
BBC방송은 이를 두고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새) 이정표가 되는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방송에 따르면 네덜란드 대법원은 치매 환자의 과거 동의 문서를 근거로 '의사 조력 자살' 시행을 허용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종전 규정에 따르면 의사가 안락사 시행 직전에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중증 치매환자는 인지기능 저하로 안락사 시행 직전에 명시적 의사 표현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법원 결정은 2016년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에게 안락사를 시행한 의사가 안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환자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나서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안락사를 원한다는 의사를 문서로 남겼지만, 적절한 시기는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시기부터 4년이 지난 후 환자가 요양원에 입양하게 되자 의사는 사전에 작성된 문서에 따라 안락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다른 2명의 의사도 동의했다. 그러나 안락사를 집도하던 당일 진정제를 탄 커피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던 환자가 중간에 깨어나자 딸 부부가 붙들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안락사가 진행돼 논란이 일었고 검찰은 의사를 기소했다.
법원은 그러나 작년 9월 피고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이러한 조건들(환자의 극심하고 지속적인 고통과 복수 의사 동의)이 충족된다면 의사는 중증 치매 환자가 사전에 작성한 문서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다"며 "환자 역시 치매가 중증으로 심화해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기 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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