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에 신청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 받는 데 일주일이면 된다고 하더니….”
광주광역시에 사는 3인가구의 가정주부 김모씨(42)는 지난 1일 '광주 가계긴급생활비' 접수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시청 홈페이지로 40만원을 신청했다. 일주일이 지나면 선불카드를 동주민센터에서 수령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지급대상자 선정 문자는 커녕 '감감무소식'”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원 신청이 쏟아지다보니 동주민센터 인력으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9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가운데 신청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처음엔 일주일이 지나면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신청했는데, 2~3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동주민센터의 업무 폭증과 ‘플라스틱 카드’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주일이면 된다더니 3주째 '감감무소식'
광주시 뿐 아니라 경기도도 재난 기본소득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 성남시에 사는 박모씨(65)는 “9일에 카드번호만 입력하면 2~3일 내로 문자를 준다고해서 신청해놨는데 21일인 지금까지도 등록됐다는 소식이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 9일부터 온라인으로 ‘재난 긴급생활비’를 신청하면 일주일 안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제로페이를 통해 지급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맘카페에선 “9일에 바로 신청했는데 지금도 수급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문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은 플라스틱 카드 조달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선불카드는 플라스틱 카드로 지급하는데 재난지원금 수급 가구수가 수백만 가구에 달한다.
금융위는 21일 선불카드에 담을 수 있는 금액 한도를 9월30일까지만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여 플라스틱 카드 공급난을 줄일 수 있도록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1차 추경안으로 마련한 '저소득층 소비쿠폰'도 플라스틱 카드로 지급되는 탓에 지자체 부담도 두 배로 늘었다.
서울시에서만 이번 주 안에 115만장의 플라스틱 카드가 발급될 예정이다.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선불카드 지급을 맡고 있는 NH농협카드는 450만장을 카드생산업체에 주문한 상태다.
한 카드생산업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카드 주문물량만 400만~500만장에 달한다"며 "통상 카드사 주문 발주일로부터 3주 지나서 공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주문 즉시 발급해달라는 지자체의 요구는 상당히 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하는 시스템만 세가지"...'행정난'에 지급 지연
비효율적인 행정시스템도 지급이 늦어지는 이유다. 예컨대 서울시에서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하려면 세 차례 행정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일단 현장 신청을 받으면 개인정보제공동의서와 신청서를 스캔해 보건복지부 행복e음시스템에 업로드한다. 신청자의 소득 관련 자료를 받아 수급대상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치다. 행복e음시스템으로 관련 자료를 요청한지 3~4일 뒤쯤 자료가 온다. 그러면 동주민센터 인력 2~3명이 붙어서 하루에만 수백명의 수급대상자를 가려낸다.
수급대상자가 모바일 상품권 지급을 원한 경우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의 모바일상품권 등록시스템에 입력하고, 선불카드를 희망하면 신한카드의 서울시 카드제 복지지원시스템에 입력한다. 다시 수일이 지나야 수급대상자라는 문자가 간다.
자치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안내한 ‘일주일’은 이같은 과정을 아무런 지체 없이 처리할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신청이 몰리고 있어 지급 기한을 2주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득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모든 지자체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수급대상자를 가려내고 있다.
소득에 관계없이 1인당 10만원을 주는 경기도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소득조회로 수급대상자를 가려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등록 방식이기 때문에 카드사에 따라 지급 기간이 크게 차이난다. 국내 대형 카드회사는 빠르면 하루, 길게는 일주일 안으로 처리된다. 국내 인력이 많지 않은 회사의 경우 2~3주까지도 걸린다.
신청자들의 일부 혼란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신청자들이 거주하는 법정동과 행정동을 헷갈린 탓이다. 행정동 동주민센터에 가서 지급 신청을 해야하는데 잘못된 동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서 주민센터간 서류를 넘기는 일도 잦다는 설명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신청자 가족이 서로 신청한 줄 모르고 중복신청한 사례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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