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동료의 권유로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시중은행에선 연 1%대 정기예금을 찾기도 힘든 데 여기에는 연 2%대 상품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충 비교해도 이자가 시중은행 대비 2배"라며 "당장 저축은행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렸지만 저축은행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여전히 연 2%대에 머물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 비교 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를 보면 22일 기준 1년 만기 연 2%대 예금금리 상품은 93개로 집계됐다. 79개 저축은행이 판매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403개) 가운데 23%가 연 2%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 1000만원 맡기면 이자만 19만원
키움저축은행의 'e-plus정기예금'이 저축은행 예금상품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다. 세전 이자율 2.30%(세후 1.95%)로 1년간 1000만원을 맡기면 19만6644원을 이자로 받을 수 있다.
반면 시중은행에서는 연 2%대 예금상품은 찾을 수 없다. 최고 금리도 연 1.45%(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에 불과하다. 4대 시중은행으로 범위를 좁히면 최고 금리는 연 1.20%(신한·우리)로 낮아진다.
시중은행의 연 2%대 예금상품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사라졌다. 특히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크게 낮추면서 시중은행 최고 금리는 연 1% 초반대로 떨어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0.99%로 지난해 말(1.45%) 대비 0.5%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 대출 수요 늘자, 금리 높여 자금 확충
저축은행이 연 2%대 예금상품 판매를 고집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있다. 이들은 평소 캐피털사를 통해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코로나19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렸다.
자금을 확보해야 정상적인 대출 영업이 가능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높여서라도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등이 이달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2~0.3%포인트 높인 이유다.
업계에서는 연 2%대 예금금리 상품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금리는 정부 정책보다 시장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대출 수요가 커지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저축은행 간 금리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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