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이후를 생각할 때다

입력 2020-04-22 13:00   수정 2021-12-31 09:05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세계경제가 혼돈 상태인 와중에 코로나 이후를 생각한다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경제를 재건해야 할 시점임에 분명하다. 그간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향후 한국경제 재건에도 어떤 형태건 코로나 사태의 경험을 살릴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의료 기술과 시스템이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경험을 살려 의료관광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우리 의료 기술과 시스템이 상당한 수준이란 것이 입증됐으며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우리 의료 시스템과 관광을 접목한 패키지로 외국인들이 접근하기 쉽게 정비하고 홍보해가면 중요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리스크 회피’ 대비 없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면 위험에 직면했을 때 무방비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앞으로 경제시스템을 재구축하면서 어떤 위험에도 최소한의 생산은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재편해야 한다. 우리 주력산업은 어떠한 부품도 최소한의 국내 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당해 부품의 해외 생산도 특정 국가에 편중하지 않고 적절히 분산시키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서플라이 체인 재구축에 있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지 않다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높이 평가하던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이 예상외로 내부가 취약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들이 왜 취약성을 노정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제발전 방법론 관점에서 심층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지금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이들 국가가 제조업을 등한시하고 너무 서비스산업 발전에만 힘을 기울여온 여파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금융 등 서비스산업은 일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지만 제조업의 튼튼한 기반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민경제가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를 확인한 바 있으며 이번에 이들 국가가 취약성을 나타낸 것도 그 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경제 재편에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발전을 추진하되 제조업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병행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에 있어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해 경쟁력 강화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코로나 사태는 수요·공급 양쪽에서 차질을 야기해 개별경제, 나아가서 세계경제를 침체시키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우 필요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받지 못해 부분적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 제품 세계수요도 급락해 산업 자체가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한·중·일 등은 구미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국가들이 공급 부문을 충족시켜도 구미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회복은 쉽지 않다.

이러한 때에 아시아 국가들이 추진 중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을 빨리 발효시켜 RCEP 중심으로 구미 시장 의존도를 낮추면 코로나로 인한 경제침체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한국경제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25%인 데 반해 미국 시장 의존도는 10%라 비교적 미국 시장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제품의 미국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곧바로 한국 제품의 중국 수출도 축소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미국 시장 의존은 직접적으로는 물론이고 간접적으로도 크다. 한국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RCEP와 같은 아시아 경제공동체 창설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는 세계경제 속 한국경제의 위상 내지 존립 형태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됐다. 한국경제가 침체를 극복하고 안정적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적 재편이 필요한지 심도 있게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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