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창경궁 자격루' 만든 12명, 모두 밝혀졌다

입력 2020-04-22 17:59   수정 2020-04-23 03:15

한국 과학기술사 연구에 중요한 유물인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自擊漏)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과 직책이 모두 밝혀졌다. 문화재청은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1년7개월간의 보존 처리를 통해 물시계 제작자 12명 중 그간 이름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4명이 누구인지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자격루는 흐르는 물의 양에 따라 종과 징, 북이 울리면서 시각을 알려주는 물시계다. 조선시대 국가 표준시계로, 1434년 세종의 명에 따라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는 현재 전하지 않고, 중종 때인 1536년 다시 제작한 자격루의 물통들만 남아 있다.

현존하는 자격루 물통은 물을 보내는 청동 항아리인 파수호(播水壺) 3점과 물을 받는 청동 원통형 항아리인 수수호(受水壺) 2점으로, 창경궁 보루각에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덕수궁 광명문으로 옮겨졌다. 청동의 부식이 심해 2018년 8월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 보존 처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수수호 왼쪽 상단에 세로로 돋을새김한 제작자 12명의 이름과 직책 중 마모돼 읽지 못한 글자를 판독함으로써 이공장(李公檣·?~?), 안현(安玹·1501∼1560), 김수성(金遂性·?∼1546), 채무적(蔡無敵·1500∼1554) 등 4명이 자격루 제작에 참여했음을 확인했다. 당시 이공장은 사복시정, 안현은 사헌부 집의, 김수성은 사헌부 장령, 채무적은 장악원 주부였다. ‘조선왕조실록’ ‘국조인물고’ ‘문과방목’ 등의 사료에는 안현, 김수성, 채무적이 천문 전문가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이 기록돼 있다고 센터는 덧붙였다.

자격루의 나머지 제작자 8명은 영의정 김근사, 좌의정 김안로, 우찬성 유보를 비롯해 최세절, 박한, 신보상, 강연세, 인광필 등이다.

수수호 표면의 승천하는 용과 구름 문양은 먼저 항아리를 만든 뒤 정교하게 조각한 용과 구름을 차례로 덧붙였고, 밀랍 주조 기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대·중·소의 파수호 3점 중 큰 파수호에 제작 시기를 새긴 ‘嘉靖丙申六月 日造(가정병신육월 일조)’는 검은색이지만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 은 성분이 다량 검출돼 은입사한 것으로 밝혀졌고, 보존 처리를 통해 본래의 은백색을 되찾았다. ‘가정’은 명나라 가정제가 1522년부터 1566년까지 사용한 연호다.

보존 처리를 마친 자격루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될 예정이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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