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2017년부터 2년여간 판매한 이탈리아 사모펀드 투자자에 대한 손실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보상 방침을 정하고 계획을 논의했다”며 “다만 구체적 보상 범위는 시간을 두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 산하 지역보건관리기구(ASL)에 청구하는 진료비를 유동화한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선 병원에서 환자의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진료비를 정부기관에 청구한다. 한국의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병원들이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급여 의료비를 받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병원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지방정부에서 상환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이 해당 채권을 담은 펀드를 조성한 뒤 국내 증권사들이 이 상품을 가져와 JB자산운용 등 국내 6개 자산운용사에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형식으로 넘겼다. 운용사들은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사모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최소 투자금액은 1억원, 기대 수익률은 연 5~6% 수준이었다. 이탈리아 지방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채권이어서 고객에게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에서 팔린 규모는 약 1500억원에 달한다.
만기가 2~3년짜리인 해당 상품에는 설정일로부터 약 1년 뒤 조기상환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거졌다. 이탈리아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2년 만기가 돌아온 3개 펀드의 배당과 상환이 지연된 것이다. 만기가 남은 나머지 펀드 상환도 불투명해졌다.
하나은행은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해당 상품을 실사했고, 이미 절반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들은 만기가 오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손실을 지금 확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판매사인 하나은행은 손실을 확정하고 보상해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신영증권이 라임자산운용 상품 가입자들에게 적용했던 사적 화해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증권은 라임 상품에 투자한 고객의 투자 성향 등에 따라 책임 수준을 계산해 서로 다른 보상률을 적용했다.
하나은행은 올초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로 기관제재 및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등 징계를 받았다. 이번 보상 계획은 불완전 판매 등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상은/김대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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