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맑아진 대기…도심엔 야생동물 등장

입력 2020-04-23 07:54   수정 2020-07-22 0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경제 활동을 멈추며 대기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에서 야생동물이 포착되는 경우도 늘었다.

미국 보스턴에서 워싱턴에 이르는 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현재가 가장 깨끗한 상태라고 22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

이산화질소는 주로 자동차나 발전소, 산업시설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우면 발생하는데, 오염 주기가 짧아 오염원이 줄면 공기질이 빠르게 개선된다. AP통신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장이 줄지어 가동을 중단하자 일시적이긴 하겠지만 세계 공기가 깨끗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양한 지역에서 이산화질소 수치가 낮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수치도 5년 전 3월과 비교해 29% 떨어졌고 프랑스 파리(-45%), 호주 시드니(-38%),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26%),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9%) 등 전 세계 각 도시에서도 이산화질소 농도가 낮아졌다.

특히 대기 오염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과 인도의 대기질 개선이 두드러진다. 나사 관측소의 한 지도를 보면 지난 2월 중국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봉쇄에 들어가기 전인 1월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농도가 낮아졌다.

지난 3일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의 잘란다르에서는 160km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의 눈 덮인 정상이 수십 년 만에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대기질이 개선됐다.

AP는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야생 동물들이 도심에서 출현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난다고 전했다. 미국 시카고 도심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근처에서는 코요테가 거니는 모습이 발견됐고, 애리조나의 한 쇼핑센터에서는 돼지처럼 생긴 페커리가 모여있는 모습이 찍혔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퓨마가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호주의 애들레이드에서는 캥거루 한 마리가 거의 텅 빈 시내를 뛰어다니는 영상을 경찰이 공유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도 도심 공원에 한 무리의 자칼 떼가 나타났다.

듀크대 환경보호 과학자인 스튜어드 핌은 "인간이 침범당한 게 아니다. 야생동물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며 "많은 동물은 사람 옆에 잘 오지 않는다. 인간이 집에 머물자 그곳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고드프리 바다거북관리단 단장은 "불빛과 사람에게서 떨어져 있어 올해 인도에서부터 코스타리카, 플로리다에 이르기까지 바다거북의 둥지가 훨씬 더 좋아 보인다"며 "인간에게 큰 재앙인 시간이 야생동물에게는 밝은 희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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