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하는 규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일몰(효력 상실) 예정인 관련 법조항을 21대 국회에서 개정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해 국회 통과는 확실시된다.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신설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유통업체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5년 만에 규제 시기 재연장
23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의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오는 6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는 전통시장 1㎞ 이내 대형마트 개설을 규제하는 제도다. 유통산업발전법 48조2항에서는 이 제도의 존속기한을 오는 11월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당초 2015년 11월을 일몰 시한으로 제정됐으나 한 차례 연장됐다.
19대 국회는 2015년 3년 연장안과 5년 연장안을 논의한 끝에 올해 11월까지 5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에 규제를 언제까지 연장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유통업계 상황 등을 고려해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가 유력하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복합쇼핑몰 출점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약을 선보였다. 복합쇼핑몰은 스타필드, 롯데몰 등 다양한 점포가 한곳에 모여 있는 대형 쇼핑몰을 말한다. 민주당은 복합쇼핑몰의 입지를 도시계획 단계부터 제한하고,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일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과 이를 공동 정책 공약 1호로 내세울 정도로 유통업체 규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도 대규모 유통매장의 허가제 도입(김정호 의원), 식자재 마트 규제(서형수 의원) 등을 추진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은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발이 심했던 법안 중 하나”라며 “21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개정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통업체 “엎친 데 덮친 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유통업계가 이중고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쇼핑 감소와 중국인 여행객 급감 등으로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전달 대비 34.6% 하락했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도 같은 기간 13.8%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형마트 폐점시간과 휴일에는 규제 탓에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는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내기도 했다. 지자체 가운데 경북 안동시가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한시적 철폐를 추진했지만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유통산업을 규제할 때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소비 행태 변화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고용이 위기인데 유통업체 종사자에 대한 보호 측면에서도 일방적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비대면(온라인)으로 급속하게 변화했다”며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겪는 어려움을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건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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