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직의 신성장론] 창의인재 재탄생 프로그램을 도입하자

입력 2020-04-23 18:15   수정 2020-04-24 00:11

30년간 지속된 성장 추락이 초래한 ‘좋은 일자리’ 부족 문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까지 더해져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한 대응은 재난지원금·고용유지지원금·실업부조·공공일자리 확대 등 단기 대책에 그치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 해결책은 좋은 일자리의 원천인 ‘창의적 아이디어’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애플 직원 13만7000명과 페이스북 직원 4만5000명에게 좋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한 것은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가 창출한 창의적 아이디어였다.

한 나라가 생산하는 창의적 아이디어 수는 ‘국민 한 사람이 독창적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확률에 아이디어 개발에 도전한 국민 수를 곱한 값’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창의적 아이디어 공급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평소에도 늘 새로운 아이디어에 도전하는 ‘전 국민 창의인재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 모방형 인적자본만 축적한 상태에서 사회로 나와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2700만 명의 취업자를 재교육하는 ‘창의인재 재탄생 프로그램’을 하루라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 창의성 교육을 학교에만 의존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 창의성 교육을 받고 생산의 역군이 되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안에 ‘제로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는 좋은 일자리 공급이 끊긴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 현장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창조적 기업가나 근로자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창의성은 누구나 짧은 시간 안에 증진시킬 수 있다. 필자의 2016년 화폐금융론 수업에서 학생들이 평가한 자신의 창의성 점수는 수업을 듣기 전 10점 만점 기준 4.5점이었는데 학기가 끝날 때는 6.3점으로 2점 정도 올라갔다. 개개인의 주관적 평가지만 짧은 기간에도 창의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국민 누구나 창의적 잠재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학교 시스템하에서 창의성을 끄집어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창의인재 재탄생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는 독창적 아이디어가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의 전유물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교육과 캠페인을 동반해야 한다. 창의성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자신의 교육 수준에 맞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다. 전문가가 깊은 지식에 입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 반면, 아무 전문지식 없는 초등학생이 오히려 더 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도 있는 법이다.

이 프로그램은 두 기간으로 나눠 구성할 수 있다. 전반기는 아이디어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는 훈련을 통해 창조형 인재로 거듭나도록 하는 기간이다. 후반기는 창조형 수업을 통해 익힌 창의력을 바탕으로 자기 분야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 창출에 도전해보는 기간이다. 이 창의성 프로그램은 정부가 설립한 공공 교육센터의 프로그램이나 기업의 사내 프로그램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조형 인재로 거듭난 근로자, 기업가 중 상당수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나라 전체적으로 새로운 ‘좋은 일자리’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물론 아이디어 창출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들은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는 좋은 일자리에 고용됨으로써 한국 경제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100명당 5명의 확률로 성공한다면, 각 아이디어를 이용한 생산에 20명만 고용돼도 모든 근로자가 좋은 일자리에 완전 고용되는 것이다.

정부가 예산을 ‘창의인재 재탄생 프로그램’에 투입해 국민에게 지속적인 고임금·고소득의 원천이 될 좋은 일자리를 창출, 제공하는 것이 일회성 실업대책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이며 성장 정책이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지혜를 모으고 예산을 투입해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짜서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그런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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