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내수 소비로 ‘선방’
LG생건이 선방한 것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 전체 사업 부문을 고르게 성장시킨 ‘포트폴리오의 힘’ 덕분이다. 세 가지 사업부문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세 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화장품이 해외에서 잠시 주춤할 때는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음료와 생활용품이 받쳐주는 식이다.
실제 1분기 화장품 사업은 실적이 좋지 않았다. 매출은 작년보다 6.4% 줄어든 1조665억원, 영업이익은 10% 감소한 2215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면세점 타격이 컸다.
그러나 생활용품과 음료 등의 내수사업이 크게 성장했다. 생활용품 사업부문 매출은 작년보다 19.4% 증가한 4793억원, 영업이익은 50.7% 늘어난 653억원을 달성했다. 음료사업 부문도 매출이 5% 증가한 3505억원, 영업이익은 43.9% 늘어난 468억원을 기록했다. 오프라인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만큼 온라인에서 생활용품, 음료 같은 생필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특히 손 소독제, 물티슈, 일회용 행주 같은 위생용품이 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온더바디 디펜덱스 버블 항균 핸드워시’ ‘세균아꼼짝마 항균 핸드워시’ 등이 많이 팔렸다. 보디케어 브랜드 온더바디는 항균 핸드워시 제품의 인기로 작년보다 매출이 22% 올랐다.
음료 부문에선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매출이 각각 8%, 115%, 23% 증가했다. 비탄산음료 제품 중에서도 ‘파워에이드’와 ‘조지아 크래프트’ 등 주요 브랜드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집안에서 음식을 해먹고 배달음식을 즐겨 먹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음료수를 배달시켜 먹는 수요도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내진설계’ 강조한 차 부회장
LG생건의 ‘황금빛 포트폴리오’는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이 치밀하게 준비해온 경영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05년 1월 대표로 부임한 차 부회장은 꾸준히 알짜배기 브랜드를 인수하며 세 부문을 고르게 키웠다. 이는 2009년 차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를 보면 명확하다. “예상 가능한 외부 충격에 대비한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차 부회장은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내진설계를 탄탄히 한 임페리얼호텔만 도쿄 시내에서 원형 그대로 우뚝 서 있을 수 있었다”며 “우리 회사도 이렇게 예상 가능한 외부의 충격에 대비한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추진한 것은 세 가지다. 우선 사업의 흥망과 상관없이 발생되는 고정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고, 그다음이 위에서 아래까지 커뮤니케이션을 간소화하고 핵심을 찌르는 소통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경영 스피드를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스크와 성장을 고려해 사업 분야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합리적으로 조화될 때 외부의 환경 변화, 리스크를 완충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강한 믿음이었다.
◆M&A로 세 부문 탄탄하게 키워
이후 LG생건은 ‘광폭 행보’를 보였다. 2009년엔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엔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를 인수했다. 이어 해태음료(2011년), 바이올렛드림과 긴자스테파니(2012년), 에버라이프와 프루츠앤패션, 영진약품 드링크사업(2013년)을 연달아 사들였다. 2014년엔 일본 건강식품 기업 R&Y코퍼레이션과 CNP코스메틱을, 2015년엔 제니스, 2016년엔 오비엠랩과 리치를 인수했다. 이후 태극제약, 에이본재팬, 에이본 중국 광저우 공장 등을 사들였고, 올해 2월에도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포트폴리오 덕분에 LG생건의 사업 전망이 밝다고 보고 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생건은 실적 안정성이 매우 높다”며 올해 회사 실적을 매출 7조8395억원, 영업이익 1조1090억원으로 내다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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