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로 간편결제 시장을 점령한 네이버가 다음달엔 '네이버통장'으로 금융권에 도전장을 던진다. 시장점유율 1위 네이버쇼핑과 1200만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페이가 네이버통장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통장을 필두로 금융상품을 다각화하는 네이버가 기성 금융권을 흔들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다음달 말 네이버통장을 출시한다. 하반기에는 주식, 보험, 예·적금 추천 서비스, 신용카드, 후불 결제 등으로 금융상품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네이버통장은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예·적금 통장과는 다르다. 미래에셋대우 등 금융 파트너사의 통장을 대신 만들어주고, 페이·쇼핑 등 네이버 주요 서비스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반 결제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물론 모회사인 네이버 역시 통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종합자산금융플랫폼을 목표로 출범한 네이버파이낸셜의 명운이 네이버통장 흥행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네이버페이의 '선불 충전'을 통해 통장의 성공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네이버페이를 비롯한 간편결제 업체들은 고객 1인당 최대 200만원까지 선불 충전금을 예치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는 5만원 이상 충전시 해당 금액의 1.5%를 포인트로 즉시 적립해준다. 200만원을 충전하면 203만원에 해당하는 포인트가 적립되는 식이다.
올 1분기 네이버페이 포인트 충전액은 전년 동기 대비 8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페이 결제액도 46% 증가해 처음 5조원을 돌파했다. 결제자 수도 23% 늘어난 1250만명에 달했다.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점유율 1위 네이버쇼핑으로 이용자를 유입해 네이버페이로 플랫폼 '락인(잠금) 효과'를 낸 셈. 여기에 네이버통장이 가세해 생활금융플랫폼으로서 입지를 한층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충전액은 이용자 충성도를 대변한다. 이를 네이버 파이낸셜이 '테크핀'으로 확장해나가는 데 있어 좋은 밑거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군은 무궁무진하다. 시중은행과 손을 맞잡을 가능성도 크다. 간편송금 서비스 업체 토스가 시중은행과 제휴해 대출 추천 서비스를 내놓은 것처럼 네이버파이낸셜이 은행과 손잡고 통장, 예·적금, 대출 등 각종 금융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앞서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함께 제휴통장(케네통장)을 출시했다.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시중은행과 제휴, 상품 출시에 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얘기다.
은행, 증권, 보험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시장의 적지 않은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 역시 모회사 네이버가 국내 포털 시장 내 막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업 라이선스를 갖고 있지 않은 네이버는 통장 출시를 위해 파트너사가 꼭 필요하다.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을 고려하면 제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금융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은행 입장에서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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