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란 좁은 문만 통과하고 나면 당당한 '사회인'이 될 줄로만 알았는데, 사회초년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죄송합니다"다.
업무처리 과정보다 더 어려운 것은 조직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다. 회사에만 충성하지 않고 '워라벨'을 챙기는 게 '90년대 생' 들의 특징이라곤 하지만 아직도 상사에게 인정받고, '예쁨' 받기 위해 불합리한 일에도 미소로 일관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20대 여성 A씨는 직장생활 2년차다. 내년이면 대리진급 대상이라 그 어떤 상사에게도 밉보이지 않고, 능력면에서도 인정받고 싶어한다.
A씨는 입사 2년만에 팀장과 선배들 때문에 큰 고민이 생겼다. 그는 "매일 혼자 밥 먹는 팀장 때문에 곤란하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조언을 구했다.
단순하게 보면 '팀장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가?' 싶지만 사연이 있었다. A씨는 "제 위로 36살 B 과장, 35살 C 대리가 있는데 34살 젊은 여자 팀장이 왔다. 워낙 실적이 좋으셔서 일찍 승진을 하셨다. 처음 인사가 났을 때부터 선배들은 여자 팀장에 대해 탐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회식 자리에서 터졌다. C 대리가 A씨에게 "반찬 다 떨어졌는데 뭐하니. 이런 건 센스 있게 리필 해야지. 이래서 시부모님 예쁨 받겠어?"라고 말한 것.
이 상황을 본 팀장은 "대리님, 그런 말씀은 업무능력, 직급에 비해 너무 수준 이하 아니냐"며 "업무는 잘 하시면서 안해도 될 말로 오해를 사신다"고 했다.
C 대리는 "막내 귀여워서 하는 소리"라고 웃었다. 이에 팀장은 "같은 직급끼리 하면 장난이지만, 한 직급이라도 높은 대리가 하면 A는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평소 아랫 사람에게 '갑질'하는 듯한 행동을 일삼았던 C 대리가 '합죽이'가 되자 여성 팀원들은 내심 통쾌해 했다.
이후 팀장은 "업무 외적으로 자리는 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C 대리는 애써 불쾌한 기색은 감추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A씨는 "C 대리가 식사 때 팀장님께 같이 먹자고 얘기해 보라고 해서 말을 건네봤지만 팀장님은 한사코 거부한다"면서 "직장 상사들 비위를 맞추는 게 참 쉽지가 않다"라고 토로했다.
아직도 A씨는 초고속 승진한 팀장과 동갑내기 대리 선배 사이에서 누구 편에 서야할지 갈등하는 중이다.
일보다 사람이 어렵다는 직장 생활, 직장인들은 동료와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어떠한 방법으로 대처하는지 직장인들에게 물었다. 한 설문에 따르면 ‘술·식사 자리를 따로 마련한다’(26.7%)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자연스레 개선되는 편’(26.6%)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메신저나 대화를 통해 해결’(17.2%),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음’(10.8%), ▲‘타 동료의 도움을 통해 해결’(7.5%)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고, ‘관계 악화 경험 없음’은 11.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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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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