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활방역 전환' 반면교사 삼아야 할 싱가포르 팬데믹

입력 2020-04-24 17:44   수정 2020-04-25 00:02

코로나19의 ‘모범 방역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자가격리 위반 시 영주권 박탈 등 강력한 조치들로 감염 확산을 잘 통제하던 싱가포르가 최근 나흘 연속 신규 확진자 1000명이 넘는 참사를 겪고 있다. 성급한 개학 결정, 이주노동자 기숙사 관리 소홀 등이 집단감염의 빌미가 돼 확진자가 1만1178명(24일 오전 9시 현재)까지 늘어 한국(1만708명)을 앞질렀다. 싱가포르 사례는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싱가포르의 뒤늦은 팬데믹(대유행)은 ‘이제는 안전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발한 정부의 오판 탓이 컸다.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무료 배포하다가 확진자 증가세가 수그러들자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경계심을 늦췄다. 3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의 숙박시설이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도 문제였다.

한국은 6일 연속 신규 확진자 10명 안팎으로,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활 속 경계심이 느슨해진 것도 사실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이 늘고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밀착한 모습도 많이 목격되고 있다. 국군 장병의 외출 통제가 어제부터 부분 해제됐고, 이달 말~5월 초 황금연휴에 동해안 제주도 등지의 숙박 예약이 거의 찼다. 조만간 초·중·고교의 대면 수업 재개를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그런 점에서 싱가포르의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내달 6일 이후 생활방역 전환을 판단할 때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을 이후 ‘2차 유행’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귀를 열고 방심하지 않는 시민의식도 중요하다.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 지침’을 일상·업무·여가별로 세밀하게 다듬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코로나 사태에도 선거까지 치러낸 나라라는 해외의 찬사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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