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다음달 회사채 신속인수제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와 4400억원 규모의 회안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일시에 대규모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면 이를 산은이 인수해주는 제도다. 200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 등을 중심으로 회사채 만기 상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추진됐다. 이달 초 출범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를 주로 사들인다면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A등급 이하 회사채를 주된 매입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지원이 필요한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를 5조50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상환하는 20%를 뺀 나머지 80%인 4조4000억원을 산은이 우선 총액 인수한다. 산은 인수분 중 절반(50%)은 신용보증기금의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분할 편입된다. 나머지 40%는 회사채 채권은행이, 10%는 회안펀드를 통해 증권업계가 인수하는 구조다.
회안펀드에는 미래에셋대우 등 23개 증권사가 3500억원가량을 출자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증권금융 등 유관기관도 약 900억원을 넣을 예정이다. 회안펀드가 인수하는 회사채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위주로 운용된다.
증권업계는 2013년에도 조선·해운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회사채시장 정상화를 위해 회안펀드를 조성했다. 당시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다섯 곳이 1600억원을 넣었다. 이 중 일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의 회사채 인수에 투입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끝내 파산한 데다 현대상선도 위기에 시달리면서 40~50%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안펀드가 ‘회한’으로 남았던 전례를 들어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았지만 증권사 유동성 문제로 당국 지원이 필요한 상황 등을 고려해 마지못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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