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회사 휴직하다가 이제 출근해야 합니다. 신청자에 한해 긴급보육 가능하다는데 아이들 거의 안오나요."
"저도 신청했는데 저희 아이 혼자 있더라고요. 선생님께 민폐가 된거 같아서 죄송했는데 선생님이 소독도 신경써 주시고 아이는 재밌게 잘 놀다온 것 같아서 다행이었어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대미문의 '육아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전업맘들은 그들대로 끝없는 24시간 육아에 지쳐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으며 맞벌이 부부 또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고민이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재택근무를 한 직장인들은 힘들어도 아이를 돌보며 일할 수 있었지만 이또한 완화되면서 출근을 해야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에게 긴급보육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내다가 개인적인 내용이 실수로 전송됐다는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최근 급속히 확산돼 씁쓸함을 남겼다.
이 내용에 따르면 긴급보육 관련 등원 안내를 하던 교사는 "꼭 9시 이후에 등원시켜달라"는 장문의 문자 당부 끝에 "이렇게 보냈어요. 여편네들 알아들었을까 몰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말았다. 실수를 깨달은 교사는 "죄송하다. 다른 데서 온 메시지를 실수로 보냈다"라며 거듭 사과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였다.
이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는 지역 맘카페 위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공유된 내용에 놀란 부모들은 "9시 이전에 아이들 데려다 줄까봐 되게 짜증스러웠던 모양이다", "보는 내가 다 식은땀이 흐른다", "긴급돌봄 오는게 얼마나 싫었으면", "엄마인 나한테 저러는거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저런 사람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된다", "평소 뒤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자기들끼리 어떤식으로 얘기하는지 잘 알겠다", "평소 학부모를 저렇게 부르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초등학교 긴급돌봄 이용 학생은 전체 초등학생의 4.2%인 11만4천550명으로 3월 2일 이용자(0.9%·2만3천703명)와 비교해 4.8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유치원 긴급돌봄 이용 아동도 3만840명(5.0%)에서 15만6천485명(25.3%)으로 5배 정도로 뛰었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자 학교나 유치원에 나가는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영유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여전히 아이 맡길 곳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작전을 짜내야 하는 실정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49.4%는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휴업 기간 '돌봄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육아 방법으로는 조부모나 친척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응답이 37.1%였다. 그야말로 한 명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온 집안이 동원된 셈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절실하게 와닿는 요즘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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