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은 패션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년간 업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최근 감원에 나서거나 파산하는 패션기업마저 나오고 있다. 매출 급감으로 위기에 내몰리기 전에 사업 다각화로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행·금융·바이오 등 다양
최근 광림에 인수된 속옷 전문기업 남영비비안은 지난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76개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핸드백 및 지갑 제조업, 가죽 가방 및 신발 제조업처럼 기존 사업과 연관이 있는 사업도 있지만 도서출판, 인쇄 및 제본업, 물류용역업, 휴게소 운영업 등 기존 속옷 사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남영비비안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사업은 없지만 종합 패션기업을 기반으로 향후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미리 추가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화장품, 리빙 등에 진출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식료품 제조업, 손세정제 등 의외약품 제조·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새로 넣었다. 속옷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은 의약품, 의약외품, 보건용품 제조 및 판매업을 추가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MLB’ 등의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는 F&F도 벤처 투자 및 기타 금융 투자업에 진출키로 했다. F&F 관계자는 “패션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키즈 라이프스타일 기업인 토박스코리아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 등을 추가했다.
“패션만으로 생존 어렵다”
패션은 트렌드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고, 경쟁이 치열한 사업이다. 수년간 고가 명품과 저가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로 수요가 몰리면서 중간 가격대의 국내 토종 패션회사들은 자금난에 처하는 등 불황을 겪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 영업이익률은 낮게는 1~2%, 높아도 6~7%에 그친다. 물류와 창고 등 재고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 재고가치가 급락해 ‘떨이’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션업체 LF는 최근 사업 다각화에 나서 성공했다. LF는 최근 5년 동안 10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신규 사업에 발을 들였다. 계열사인 LF푸드를 통해 베이커리(퍼블리크), 기업 간 거래(B2B) 식자재 유통(모노링크), 소비자 대상 판매(B2C) 식료품 판매(모노마트),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사업(모노키친) 등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사업 다각화 전략은 통했다.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LF푸드의 지난해 매출은 6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8억원)에 비해 69% 급증했다. 올해 3월 흡수합병한 모노링크(930억원), 자회사인 구르메F&B코리아(400억원) 등을 합하면 LF의 식품 관련 매출은 지난해 기준 2463억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30% 늘어난 규모다.
LF 관계자는 “위험 분산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이 될 만한 신사업을 찾아 나선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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