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희 회장 "전문대서 석사 따는 '마이스터大'로 4차 산업혁명 대비"

입력 2020-04-26 18:18   수정 2020-04-27 01:04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64·사진)은 요즘 마음이 무겁다. 지난 1월 제19대 회장으로 취임해 정부가 작년 말 내놓은 ‘전문대 혁신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손발이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남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맞이할 4차 산업혁명과 평생교육 시대를 대비하려면 지금이 혁신의 적기라고 본다.

특히 올해는 전문대 혁신만이 아니라 전체 직업교육 혁신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남 회장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지금은 출신 대학보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일인일기(一人一技) 시대”라며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범국가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대는 4차 산업혁명 인재 요람

남 회장은 전문대를 “꾸준히 변화하는 노포(老鋪)”라고 표현한다. 노포는 음식 맛을 몇 대를 걸쳐 지켜오면서도 시대와 세대에 따라 변화를 시도한다. 전문대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국내 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전문산업 인재를 꾸준히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전문대의 특화된 인재 양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욱 중요해진다는 게 남 회장의 설명이다. 전문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문제해결 능력 등을 두루 갖춘 ‘뉴칼라’ 인재를 기르려면 변화에 최적화된 전문대가 제격이라는 얘기다.

다수 전문대들은 이미 발 빠르게 신기술 관련 학과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 나섰다. 드론 관련 학과는 정원이 2017년 대비 9배 이상 늘어 매년 400명 이상의 드론 분야 인재가 배출될 예정이다. 인공지능(AI)·로봇 관련 학과와 헬스케어 관련 학과 정원도 2017년 대비 각각 6.3배, 2.5배 이상 늘었다. 남 회장은 “대전보건대의 의료IT융합과, 연암대의 스마트원예학과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화된 직업 인력을 양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한류문화 확산을 위한 K팝학과와 한옥건축과 등 이색 전공 개설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대 석사로 ‘기술명장’

남 회장은 특화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문대만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대는 직업교육, 일반 대학은 연구중심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대학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전문대를 일반대의 하위대학으로 보는 구조가 아니라 직업-학문이라는 수평구조 대학 교육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추진되는 것이 바로 ‘마이스터대’다. 지난해 12월 전문대 혁신방안으로 발표된 이 제도는 전문대에서도 석사학위까지 취득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전문학사(2년)와 일반학사(전공심화과정·2년) 및 전문기술석사(2년) 과정으로 구성돼 학생들은 총 6년의 수업을 듣는다. 내년부터 10여 개 대학에서 시범 운영한다.

남 회장은 “마이스터대는 기술명장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일반대의 석사 과정과는 차별화돼야 한다”며 “일반대와 전문대 사이 학과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마이스터대 신설은 전문대의 숙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직업교육·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문대 지원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일반대에서 전문대로 다시 입학한 학생은 2015년 1379명에서 2019년 1525명으로 늘었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고령인구를 위한 새로운 직업교육도 필요하다. 정부의 전문대 혁신방안에 이런 논의들이 담겨 있지만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국가가 운영비 50% 이상을 지급하는 ‘국가의존형 전문대’ 비율은 미국이 90%, 프랑스가 79%에 달하는 데 비해 한국은 2%대에 그친다. 전문대 관련 교육부 부서도 2개에 불과하다. 남 회장은 “직업교육 전반을 국가가 책임지고 법령 정비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중단된 논의를 재개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습 비중 높아, 5월께 대면강의 추진”

남 회장이 있는 대구보건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작지 않은 피해를 봤다. 확진자가 많았던 대구에 있는 데다 실습 비중이 높은 보건대인 만큼 ‘온라인 개강’에 따른 학생들의 불편이 컸다. 하지만 많은 전문대들이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영진전문대는 실습 기자재를 학생에게 배부해 원격 실습수업을 하고 있다. 청강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도입한 ‘라이브 스터디’를 활용해 교수의 시연 장면을 녹화해 돌려볼 수 있게 하고, 교수와 학생 간 팀 프로젝트 방식의 수업을 하고 있다. 대구보건대 역시 1만 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원격수업 시스템을 꾸렸다. 남 회장은 “학생들의 불편이 없게끔 다음달 대면강의 시작을 목표로 전국 대학과 논의하고 있다”며 “필수 실습시간이 부족해진 학과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필수 실습시간을 낮춰 달라는 건의를 교육부에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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