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앤더슨 구글 접근성 사업부문장(사진)은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 등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앤더슨 부문장은 “장애인이 쉽게 정보기술(IT) 제품을 사용하도록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기능이 일반 사용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음성자막변환 앱을 사례로 들었다.
이 앱은 당초 청각 장애인을 위해 개발됐다. 음성을 스마트폰 화면에 문자로 실시간 바꿔주는 소프트웨어다. 외국어를 공부하려는 학생이나 회의 내용을 기록하려는 직장인 등도 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앱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앤더슨 부문장은 “서로 마스크를 쓰고 멀리 떨어져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없어 음성자막변환 앱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며 “개발 단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면 제품의 완성도와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눈이 부신 야외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는 상황 등은 모두 장애인이 더 어려움을 겪는다”며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기능이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2013년 직원 5명으로 시작한 구글의 ‘접근성’팀은 세계 수백 명의 정직원을 거느린 핵심 부서로 성장했다. 키보드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음성 타이핑’, 화상 대화 내용을 자막으로 실시간 보여주는 ‘실시간 자막’ 등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 검색창의 ‘단어 자동완성’ 기능도 원래 언어에 서투른 문맹자 등을 위해 개발됐다는 전언이다.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도 접근성에 대한 인적, 물적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시장 자체도 작지 않다. 그는 “일부 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포함하면 세계 장애인 인구가 10억 명에 달한다”며 “이들뿐 아니라 가정, 학교, 기업 등에서 장애인을 도와주는 사람도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 부문장은 “구글에선 기술자, 상품 개발자, 사용자환경(UI) 디자이너 등 주요 직원은 입사 후 의무적으로 접근성 교육을 받고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우리 팀과 협의한다”며 “접근성이라는 개념이 전체 조직에 깊이 배어 있다”고 소개했다.
실리콘밸리=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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