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엠브라에르 '42억弗 빅딜' 무산

입력 2020-04-26 17:45   수정 2020-04-27 02: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거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과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인수합병(M&A) 계획이 무산됐고, 에어프랑스 KLM 루프트한자 등 경영난에 빠진 항공사들은 각국 정부를 상대로 자금 지원 요청에 나서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은 2018년 말부터 엠브라에르와 추진해 온 민간 항공기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보잉은 42억달러를 내고 엠브라에르의 상업용 항공기 부문 지분 80%를 인수한 뒤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보잉은 “엠브라에르가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에 계약 파기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브라에르는 “부당한 계약 파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경영난에 빠진 보잉이 M&A를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보잉은 부실한 재무 상태, 737맥스 기종의 결함 등 회사 평판에 대한 문제 때문에 계약을 철회하려는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해를 보상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엠브라에르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4위를 다투는 대형 항공기 제조업체다. 두 기업의 M&A 소식은 미국과 브라질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빅딜’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항공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페드로 갈디 미래에셋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보잉의 M&A 포기는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경제 위기의 결과”라며 “기업으로서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항공사들도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는 총 100억유로 규모의 지원을 받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4개국 정부와 협상 중이다. 루프트한자는 올 1분기에만 12억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금은 항공기의 5% 정도만 운용되고 있어 2분기 손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에어프랑스와 KLM항공도 각각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 및 은행으로부터 90억유로 규모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두 항공사는 수개월간 운항이 9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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