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7일(16:2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한일시멘트 등을 거느린 한일홀딩스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다. 산은이 국내 기업의 원화채권 발행 주관을 맡는 것은 약 8개월 만이다. 한동안 우량등급 기업에 집중됐던 지원이 이제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상대로도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한일홀딩스의 1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과 함께 채권 발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준비할 예정이다. 한일홀딩스는 이달 초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자 자금 조달시기를 한 달 뒤로 미루고 산은의 지원사격을 받기로 했다.
산은이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 주관을 맡는 건 지난해 9월 건설사 한양의 200억원어치 발행을 도운 이후 처음이다. 산은은 이달부터 가동 중인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적용해 한일홀딩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일홀딩스가 다음달 초 진행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매수주문이 목표금액에 미달할 경우 팔리지 않는 채권의 3분의 1을 인수하기로 했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방안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A급(신용등급 A+~A-) 회사채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 첫 발을 뗄 전망이다. 산은은 이달 초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지금까지는 줄곧 AA-등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 발행에만 인수단으로 참여해왔다.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은 A등급 이상 회사채를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일홀딩스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다섯 번째로 높은 A+다.
저신용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지원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은은 이날부터 기업들을 상대로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신속인수제는 만기를 앞둔 회사채를 갚기 위해 새 회사채를 사모로 발행하면 산은이 80%를 인수해주는 제도다. 인수한 채권은 신용보증기금의 지급보증을 통해 신용도를 높여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다시 발행된다. 지원 대상은 A등급 이하 회사채다. 정부는 최근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에 추가로 2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추가로 내놓았다.
A급 회사채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저신용 기업들의 자금 조달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해 가장 먼저 지원에 나섰던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시장에서는 투자수요를 모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꽤 해소된 상태다. 이보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발행여건도 정부 지원을 통해 다소 나아질 전망이다.
다만 가장 큰 불안요인인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분위기는 단번에 걷히기 어렵다는 평가다. 평소보다 금리를 높이지 않고는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량등급 회사채도 금리를 대폭 높여 발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치솟은 신용위험이 진정되지 않는 한 실적과 재무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들은 여전히 험난한 자금 조달환경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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