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1분기 1兆 손실…창사이래 '최대 적자'

입력 2020-04-27 17:25   수정 2020-10-13 18:41


에쓰오일이 지난 1분기 1976년 창사 이후 가장 많은 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국내 정유업계의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쓰오일은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7일 공시했다. 매출은 5조198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5조4262억원)보다 4.2% 감소했고 손익은 270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분기 적자는 지난해 2분기(905억원 손실) 이후 세 분기 만이다.

에쓰오일의 대규모 적자는 모두 정유 부문에서 발생했다.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은 1분기 각각 665억원과 1162억원의 이익을 낸 반면 정유 부문의 영업손실은 1조190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손해를 보며 장사한 탓이다. 원유와 석유 재고분도 유가와 상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대규모 손실로 잡혔다.

국내 정유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이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의 실적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4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정유4社 덮친 '적자 쓰나미'…"2분기는 더 비관적"

“충격적인 숫자입니다. 실적 전망치가 하루 단위로 낮아지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국내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27일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으로 나오자 “예상보다 훨씬 비관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4사 중 이날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1976년 창사 이후 가장 큰 손실(1조73억원)이었다. 정유업체들이 올 1분기(1~3월) 나란히 조(兆) 단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는 1분기보다 2분기 실적이 더 안 좋을 것이란 공감대가 있다. 정유업계 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됐는데, 미국 유럽 일본 등 석유제품 수요가 많은 국가들이 4월(2분기) 들어 확산되고 있어서다.

실적 예상치 하루하루 ‘뚝뚝’

에쓰오일에 대한 증권업계 실적 전망치는 하루하루 낮아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월 이 회사 예상실적은 3200억원 안팎이었다. 그러다 1개월 전엔 1444억원 손실로 바뀌었고, 최근 들어선 4700억원 손실로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에쓰오일의 1조원 이상 영업손실은 시장 추정치보다 두 배나 많았다. 증권가뿐 아니라 다른 정유사 관계자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정유 부문의 손실이 컸다. 항공유와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락하며 40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유가 급락으로 보유하고 있던 원유와 석유제품 모두 재고 가치가 감소했다. 이 부분에서 7000억원 안팎 손실로 집계되며 정유 부문에서만 1조19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재고 손실은 나중에 유가 상승 시 만회가 가능하지만, 정제마진 악화로 인한 손실은 만회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분기 더 추락할 것”

정유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조(兆) 단위 적자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다른 정유사들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초 증권가와 정유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정유 4사가 3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봤으나 적자폭은 이제 4조원 이상으로 더 높아졌다.

정유업계는 2분기 실적을 더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이동제한과 셧다운(일시 영업중단)이 3월부터 본격화되면서 석유 ‘수요절벽’이 다음달까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배럴당 20~30달러 선으로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10~20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정유업계는 공장 정기보수를 앞당겨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가동률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췄으며, 현대오일뱅크도 하반기로 예정된 충남 대산공장의 정기보수를 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것도 미리 계획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바로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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