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테크'가 이끌던 뉴욕 증시에 변화 오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04-28 08:18   수정 2020-04-28 12:50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아마존, 알파벳 그리고 페이스북.

이들 다섯 '메가 테크' 주식은 이번 하락장에서도 계속 다른 주식에 비해 아웃퍼폼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몇 개 주식으로의 집중, 그리고 전체 시장과의 분리는 역대 찾아보기 힘든 수준입니다.

이들 '메가 테크'주는 투자자가 원하는 모든 걸 갖추고 있습니다. 탄탄한 재무제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인터넷 사업모델 등 기술주면서도 최고의 우량주로 꼽히면서 이들은 2월말부터 한달 간 이어진 폭락장에서도 큰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월23일 이후 시장이 회복될 때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이제 MS의 시가총액은 1조3240억달러, 애플은 1조3240억달러, 아마존은 1조1840억달러 등 이들 중 3개사가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습니다. 그래서 '메가 트릴리언 클럽'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수 주식으로의 집중은 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지난 주말 보고서를 내고 "몇몇 주식만이 급등하면서 시장의 전체 넓이가 줄어든 것은 나쁜 징조"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갑자기 들어닥친 최악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제 2월12일 사상 최고치보다 17% 낮은 수준(4월24일 기준)에 있습니다. 하지만 S&P 500 지수의 중간값을 이루는 주식들은 여전히 28%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체 지수 및 중간 값 주식간의 차이를 시장의 폭으로 봤을 때 그 폭은 역사적으로 좁은 상황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지적했습니다. 통상 6%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었는데 지금은 11%포인트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이는 '메가 테크' 5개 주식만이 질주한 탓입니다.



'메가 테크' 5개 주식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초 18%에서 현재 20%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코스틴 전략가는 이를 나쁜 징조로 해석했습니다.

이렇게 주식들이 전반적으로 오르지 못하고 몇몇 주식만 상승하면서 시장 집중도가 높아질 경우 향후 지수 상승폭은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또 과거 이처럼 시장의 폭이 급속히 줄어든 경우 종종 큰 폭의 시장 하락 신호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990년과 2000년(닷컴버블), 2008년(금융위기), 2011년과 2016년 모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이렇게 10%포인트 이상으로 폭이 좁아진 경우에 1개월, 3개월, 6개월 S&P500 지수의 수익률은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런 시장 집중은 금세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1980년대 이후 10%포인트 이상으로 폭이 줄어든 경우가 14번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 이런 현상은 석달이 지속됐습니다. 가장 길게 지속된 건 1998~2000년 27개월간 이어지기도했습니다.

시장 집중이 해소되는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이들 대장주들이 궁극적으로 실적을 통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즉 대장주 주가가 떨어지면서 시장 집중도가 해소되고 다시 시장의 넓이가 넓어진 것이지요.
이른바 '모멘텀 크래시'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면서 지난 40년간 시장이 지금과 같은 하락장, 조정장에서 빠져나올 때는 스몰캡이나 언더퍼폼했던 주식들이 먼저 아웃퍼폼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이 그런 장세라고 보면 소형주 등을 눈여겨볼 때란 뜻이겠지요.



'메가 테크' 5개 주식에 대해선 "이번만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주장도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주식 대기자 제임스 맥킨토시는 지난 22일자 기사 '팬데믹도 미국의 최고 주식들을 막을 수 없다'(A Pandemic Can't Stop the U.S.'s Best Stocks)는 기사에서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이들의 상승에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① 이들은 채무가 거의 없으며, 현재 가장 중요한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MS의 경우 올해 초 1340억달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다. 아무리 깊은 침체가 와도 살아남을 수 있다.

②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이들의 주력 사업모델인 비디오 스트리밍,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 비디오 게임, 온라인 상거래 등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③ 많은 산업분야에서 심각한 경기 침체가 기존의 강자들을 약화시켜 이들 기술기업이 온라인 사업모델로 침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JC페니, 메이시스, 니먼마커스 등 대형 유통들이 줄줄이 파산에 들어가고 아마존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서 이들을 따라오던 스타트업 등 추격자들도 타격을 받아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④ 침체기 투자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U'자형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항공, 에너지 등 경기민감주들은 모두 흔들리고 있다. 투자의 대안으로 레버리지가 적고 현금을 많이 가진 우량주에 몰리고 있다. 지금은 이들 기술주가 그런 안전한 우량주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 곳곳에서 불고 있는 경제 재개 바람에 다우가 1.51% 오르는 등 주요 지수가 1% 중반대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보고서의 영향이 있었는 지, '메가 테크' 주식은 상대적으로 맥을 못췄습니다. 아마존은 1.42%, 페이스북 1.35%, 알파벳 0,45%, MS가 0.29% 내렸습니다. 애플만이 0.07% 강보합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무려 3.96%나 상승했습니다. 장중 한 때 4.5%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대해 "골드만삭스가 이제 숏에 베팅했다는 뜻"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말되 참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침체가 몇 년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은 최고점에 16% 까지 다가섰다"며 "'돈의 힘'으로 크게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크게 오르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럴 때는 종목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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