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록신’ 디디에 드로그바(42)가 자국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영국 일간 ‘더 선’은 28일 드로그바가 코트디부아르 축구협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한 표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은퇴 선수인 투표자 14명 중 11명이 드로그바의 강력한 경쟁자인 소리 디아바테 현 축구협회장에게 표를 던졌고, 3명은 기권했다. 드로그바와 이드리스 디알로 현 부회장은 한 표도 받지 못했다.
당초 드로그바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됐다. ‘당선 1순위’로 여겨지던 축구 행정가 유진 디오만데가 사퇴한 데다 전 국가대표팀 주장들로부터 공개적인 지지도 받았다. 더 선은 “1차 투표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면서 “서아프리카 축구계가 당분간 떠들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드로그바의 막판 뒤집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코트디부아르 축구협회장 선거는 2차례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지도자, 심판, 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2차 투표 유권자들이 드로그바에게 몰표를 던지면 당선이 가능하다.
드로그바는 2004년 잉글랜드 첼시 유니폼을 입은 이후 전성기를 누리며 2006-2007, 2009-2010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세계적인 공격수다. 국가대표로도 105경기를 뛰고 65골을 터트려 코트디부아르 역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최다 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드로그바의 또 다른 별명은 ‘검은 예수’다. 그가 2005년 수단을 꺾고 2006년 독일 월드컵 출전권을 따낸 뒤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호소한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드로그바는 “북부·남부·동부·서부에 사는 코트디부아르 국민 여러분, 우리는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뛴다면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용서하자. 일주일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 모습은 아프리카 전역에 TV로 생중계됐다. 드록바의 호소에 감명을 받은 정부군과 반군은 수년간 이어지던 내전을 중단하고 총부리를 거뒀다. 이는 2007년 평화협정으로 이어졌다.
드로그바는 이후에도 직접 자선재단을 설립한 뒤 국제 사회에 종전을 호소했다. 펩시콜라 광고료로 받은 55억원을 고향의 병원 건립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코트디부아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자신의 재단 소속 병원을 치료센터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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