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최우선…새로운 통상질서에 대비해야"

입력 2020-04-28 17:11   수정 2020-04-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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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자국 우선주의, 글로벌 공급망 약화,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질서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수출 중심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3일 통상 전문가들과 함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간담회’에서 이렇게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자국 우선주의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며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엔 더욱 시간이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전염병 사태가 워낙 특수하다 보니 각국 생존이 최우선이란 공감대가 형성됐고, 의료품 수출을 막는 등 무역장벽이 일상화됐다”며 “이제 글로벌 통상 환경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공개된 세계무역기구(WTO)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80여 개국이 자국 보호를 목적으로 새로운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자유무역 확대에 공헌할 수 있는 통상 협상도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이 1995년 출범시킨 경제공동체 ‘메르코수르’의 새 통상 협정이 대표적이다. 메르코수르 순회 의장국인 파라과이 외교부는 최근 성명에서 “아르헨티나가 자국 내 경제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메르코수르 무역 협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의 이번 결정은 한국과의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과 메르코수르는 무역협정(TA) 체결을 목표로 2018년 5월 이후 다섯 차례 공식 협상을 했다. 연내 타결이 목표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4개국은 관세동맹이기 때문에 메르코수르 내 결정사항에 따라 협상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타결을 목표로 순항하던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협상 일정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자국 우선주의가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 다변화 및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기업의 선택지를 최대한 늘려 행동 반경을 넓혀 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미국 일본 등이 리쇼어링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만큼 한국도 서둘러 공급망 재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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