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넉 달짜리 비대위' 가결…김종인, 수락 여부 불투명

입력 2020-04-28 17:16   수정 2020-10-13 18:51


미래통합당은 28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 수습을 맡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추대했다.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지 13일 만이다.

통합당은 전국위에 앞서 상임전국위를 열고 비대위 활동 기한을 내년 이후로 늘리기 위한 당헌 부칙 개정을 시도했지만, 정족수(과반) 미달로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현 당헌대로라면 이번 비대위 활동 기한은 8월 31일까지로 제한된다. 사실상 ‘무기한 비대위’를 요구해온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 김 전 위원장이 조만간 상임전국위를 재소집해 당헌 개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기한 비대위’ 출범 무산

통합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상임전국위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에 상임전국위원 45명 중 17명만 출석하면서 성원 요건(과반인 23명 이상 출석)을 채우지 못했다. 정우택 전국위원장은 “당헌이 개정되지 않아 새 비대위는 일단 8월 말까지만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3시쯤 전국위 회의장에 전국위원 639명 중 330명이 참석해 김대원 기조국장이 성원을 알렸다.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해온 심재철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은 인사말에서 “위기 수습의 첫 단계부터 화합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총의를 하나로 모아 달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불발되면 당 수습은커녕 리더십 공백 상태가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지도부 결정에 힘을 실어 달라는 취지였다. 그는 “당헌 개정은 새 비대위원장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조경태 최고위원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총선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는데,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비대위 구성을 강행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전날 전국위원들에게 전화해 “비대위 구성안에 꼭 반대해 주길 바란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투표 결과 찬성 177표, 반대 84표로 비대위 구성안이 가결됐다.

김종인 수락 여부 불투명

김 전 위원장이 4개월짜리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밤 심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원회 의장은 서울 구기동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아 30여 분간 대화했으나, 수락 여부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당장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지금으로선 비대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말씀을 드려도 수락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전 위원장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은 전국위 의결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 전 위원장은)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정적 의사를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더라도 당내 갈등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조 최고위원 등 당권 주자들은 김 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출신 외부 인사라는 점에 큰 반감을 갖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김태흠 의원은 “외부 인사에 당을 맡기는 것은 주체성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들은 비대위가 공식 출범한 뒤에도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당내 이견도 크다. 가장 큰 쟁점은 역할과 권한 문제다. 통합당 안팎에선 김 전 위원장이 2022년 차기 대선 후보를 직접 발굴하는 ‘킹 메이커’ 역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의원 등 대권 잠룡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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